목록잡담끄적끄적 (192)
theZINE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하와이는 출발지에서 실시한 COVID19 검사 음성 결과가 있으면 방문이 가능하다. 많은 호텔들이 문을 닫았다가 얼마전 다시 문을 열었다. 궁금한 마음에 예전에 가본 방을, 거의 같은 조건으로 찾아보니 방값은 그 때(재작년 여름)와 비슷한 것 같다. 지금도 나름 성수기인지, 아니면 문을 연 이상 가격은 유지를 해야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혹시 지금은 방값이 헐값일지 몰라!" 라는 기대와는 달랐다. 번화가의 호텔들 대부분이 문을 열었지만, 막상 간다면 와이키키 거리의 들뜬 분위기는... 느낄 수 없겠지? "이 시국에 여행이라니"라는 양심의 가책과, SNS에 자랑질을 못할 안타까움(?)과, 비용과, 시간과, 코로나 감염을 무릅쓸, 그리고 돌아와서 2주 격리를 감수할 무모함까지 이..
뭔~ 의미가 있냐~ 싶긴 하지만, 그래도 혼잣말 하듯 적어본다. 전철에서 생각 없이 TV 채널 넘기듯 핸드폰만 보진 말아야겠다. 으슬으슬 떨면서 추운 연말이 되어서야 나의 3년, 5년, 10년 후를 생각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하고, (추운 것은 똑같지만) 한 해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실제로는 시간은 그저 일직선으로 흐를 뿐,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뭐가 됐든 훗날을 도모해보자. 당장 밀려오는 일거리들에 떠밀려서 또 하루를 한 주를 보낼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뻔한 다짐 한 번 더 해본다.
아이가 어릴 때 퇴근 후에는 육아에 지친 엄마 대신 아이를 재우곤 했다. 따뜻한 분유를 진하게 타 먹이면 트림까지 마치고 속이 편해진 아이를 안고 거실을 천천히 이리저리 움직이며 등을 토닥였다. 새벽에도 강변북로에는 늘 차가 다니고, 이중창에 소리는 갇힌 채로, 빠른 듯 느린 듯 불빛이 조용한 거실의 벽을 훑고 지나갔다. 아빠 품에 안긴 아이는 아빠와 반대 방향 어디쯤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조그맣던 시절을 보내는 따뜻하고 작은 사람의 온기를 느끼며 거실을 혼자 산책한 것처럼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자리에 눕히곤 했다. 이젠 그때에 비해 아이들도 많이 커서 장난을 칠 때나 아이를 안아주게 된다. 더군다나 품에 안고 재울 일은 없어졌다. 밤 늦게 택시에서 내릴 때, 잠이 든 두 아이를 동시에 ..
'국민학교' 시절엔 보이스카웃, 중학교 시절에는 우주소년단 활동을 했는데, 그 시절에 막 생겨난 단체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사업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 모르겠지만 발사체 연구나 우주 개발 관련 정부사업을 시작하면서 출범한 단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추측이야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그 추측이 맞겠다 싶은 게, 당시 우주소년단을 대상으로 러시아 우주센터 견학을 간다는 소식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취학 전에 가족들과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여러 곳 가보는 아이들이 많지만 그때는 모르긴 몰라도 우주소년단 동기 누구도 해외여행 경험은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 우주센터 견학은 누구나 손만 든다고 갈 수는 없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단 한 명만 참가 가능하다고 인원이 배정됐다..
주말에 석화를 실컷 먹고 기운을 내서 밀린 일을 열심히 해치우느라 이틀을 꼬박 하얗게(백) 불(화) 태운... 건 아니지만 암튼 일단 마무...으리! 아재가 되기 전부터 아재개그의 달인이었는데 나이를 먹어 완성에 이른 느낌. 하얗게라곤 했지만 이제 서류작업에 밤새는 짓은 못하게 된지 오래됐다. 11시까지만 해도 두통이 밀려온다. 하나 마무리했으니 보상심리에 티비 보고 늦게 자고 싶었지만, '내일 다시 하나 더 쳐내러 가자'... 생각하며 냉장고를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고 잠자리로 향한다. 어쨌든 완성은 아니어도 매듭은 하나 지은 느낌.
원래는 옷을 입을 때는 Time시기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게 입으라는 약자인데 글 쓰기에도 적합한 TPO가 있었던 것 같다. 학생시절, 나의 밤시간 루틴은 이랬다. 과음하진 않고(자주 과음할 만큼의 돈도 없었고) 귀가를 했다. 씻고 책상 스탠드에 불을 켜고 컴퓨터를 켰다. 커다란 CRT 모니터였는데 언제 버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스탠드 불빛과 적당한 어둠과 모니터와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 적당히 술을 마시다 귀가했기에 피곤하지만 정신은 멀쩡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피곤해도 맑은 정신. 내 주의를 잡아끄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TV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TV없이는 못사는 사람은 아니다.) 술이 과하면 감정은 풍부해지지만, 술 취한 사람의 생각이란 것은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
기차역이나 다름 없이 생긴 중앙선, 역사가 어둑해지니 밤기차를 타러 가는 양 여행 기분이 났다. 자전거로 한강을 달리는 내내 오늘따라 유난히 초파리가 많이 부딪히더니 서빙고역에는 불빛마다 떼로 날아다닌다. 우연히 읽은 서평을 보고 엊그제 집어든 소설책을 읽으며 집에 왔다. 전철을 내리며 책을 덮는데 몸도 챙기고 마음도 챙긴 날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이 정도면 하루치 적당히 보냈다. 7월 같지 않게 선선한 날씨도 좋구나.
손에 잡히는 재료들로 종종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작품 수준(?)의 고하를 논하기에는, 특수관계자인 만큼 객관적인 비교가 어려운 관계로 차치하기로 하고. 나름의 완결성을 가진 무언가를 계속해서 생산해낸다는 점에 있어서 가장 기특한 부분이다. 그렇게 무언가 재미있어서 스스로 할 거리를 찾아내고 만들고 해내고 창조해가기를 바라는 마음. Carry on, keep on going, son. 그러자면 핸드폰과 TV 보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고 같이 대화하고 같이 공부하는 지난하고도 즐거운 노력이 필요하지. 핸드폰은 우리의 적!(나에게도 물론...;;)
아직 시시 때때로 쌀쌀하긴 하지만 후드티 하나 걸치면 창문을 열고 있어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맹렬한 추위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고 한낮에는 확실히 봄 하늘. 오래 전 어떤 후배 집에 갔는데, 동향 베란다에 별다른 것 없이 편해보이는 의자 하나 뿐이었지만 그냥 앉아 책을 읽기엔 참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끔은 내 집에 내 공간이 없구나 느끼기도 했는데 가구를 두어번 옮기는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게 베란다에 내 자리가 다시 생겼다. 학생 시절, 막차 시간만 생각하며 쫓기듯 놀다가 돌아온 늦은 밤, 잘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탠드 불만 켜놓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순간이 다시 돌아오려면 더 긴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베란다에 앉아 늦은 밤 맥주가 됐건, 차가 됐건, 독서가..
회사의 직속 임원 몇 명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줄줄이 날아가고 이게 무슨 일인지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던 와중에 외삼촌이 임원 진급을 했다는 뉴스 단신을 접한 건 참 아이러니. 대한민국에서도 소수만 들어가는 대기업에서 그 중에서 소수만 달 수 있는 직딩의 별이라는 임원 자리인데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그래도 그렇게 빨리 무엇이 달라질까 했는데, 막상 조직도는 하루 아침에 바뀌어있었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결재도, 보고도, 결정도 할 일이 없어져버린 분들은, 아마도 본인들 생각에도 이미 하루도 더 나갈 이유가 없어졌구나 느끼며 주말에 박스 하나 정도의 짐 챙겨서 떠나지 않았을까. 한 분은 오늘 이전에 대표를 맡았던 계열사에 들러 인사를 하고 왔다고 한다. 다른 한 분은 처음 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