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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연애를 해보기 전에는 마음이 어딨는 줄 모르다가 상대방 때문에 힘들 때 아픈 곳이 가슴 속 어딘가여서 마음이 이곳에 있구나 깨닫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통의 위치를 알게 되는 거지. 그리고 그 아픔에서 벗어나려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법을 익히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흘려버리는 것은 그냥 막는 것과 같으니까.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고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좋았던 시간들이 아직 끝나지 않을 수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을 이내 다시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혹은 그럴 희망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신촌을 이 각도에서 보기는 처음. 그러고 보니 학생 시절 다니던 곳은 6층(칵테일바 런어웨이), 7층(카페... 이름이 재즈였던가?)이 가장 높은 곳이었나보다. 내가 들르던 만화방, 당구장, 플스방, PC방, 술집, 밥집은 거의 지하1층~2층 이었던 것 같다. 바람산은 어쩌면 처음이 아닌지.... 가본 적이 한 번 정도 있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착각이거나. 신촌은 이 정도 높이에서도 꽤나 멀리 조망할 수 있다. 잠깐 하숙이란 걸 해본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무인카페 스터디룸이 되어있다니. 하긴 하숙집이 있기엔 번화한 곳이었나보다. 입대 전날 머리를 깎으러 평소 가던 곳보다 비싸고 좋아보이는, 보보라는 미용실을 찾아갔었다. 그 사이 (그러니까... 25년!?!) 어떤 매장들이 이곳을 거쳐갔을까. 지금은 휑하니..
찾아보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복무 시절에 아마도 한 번도 아니고 두어번쯤, 전역의 날을 꿈 꾸며 '그날이 오면,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심훈 선생은 1901년에 태어나서 36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한국 고등학생은 누구라도 교과서에서 그 이름을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인으로서 대단한 성취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겐 '들어보긴 한 것 같은' 정도의 인물일 것이다. 이상한 말이지만 흔히 공감할 법한 표현을 쓰자면, 나에겐 '평범한 위인'이라는 범주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만난 '그렇고 그런 훌륭한 인물 중 한 명'이었던 사람을 긴 시간이 지나 이렇게 1대1로 만나는 것이 이렇게 인상 깊은 순간들이 될 줄이..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퍼와진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겨서 이 작가의 책 중에 최근에 나온 듯한 책을 골랐던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을 기준으로도 꽤 짧은 단락으로 된 글들, 한 꼭지가 3-4페이지에서 마무리되는 여러 편의 짧은 글을 모아 만든 책이다. 그리고 그 글들을 나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묶기는 했지만 크게 내용으로 구분되어있지는 않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본 정지우 작가의 글도 그렇고, 이 책에 나온 다른 글들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평소 생각을 비슷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글들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공감이 잘 되는 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읽다 보면 표현을 더 쉽게 해도 됐을 텐데 하는 문체이다. 딱딱하고 힘이 들어간 느낌. 그..
'여행의 쓸모'라는 책을 새로 펼쳐들고 읽던 중 '궁벽진' 단어를 보고 사전을 찾아들었다. 요리 전문가로 (본인은 요리전문가, 쉐프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듯 하지만) 그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없을 듯한 백종원님이지만, 본의 아니게 그가 퍼트린(?) 단어 하나가 종종 거슬리곤 했다. 백종원님이 요리법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무언가 필수는 아니지만 추가하면 좋을 재료를 추가하면서, '이러면 보기에도 더 고급지쥬'와 같이 충청형 어미와 어우러져서 입에 촥 붙는 표현을 쓰곤 했다. 고급지다는 표현이, 고급스럽다의 잘못된 표현이려니 생각해서 이런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는데, 라고 생각해왔지만 나도 가끔 입에 붙은 고급지다는 표현이 튀어나오곤 했다. 그러다 오늘 이 책을 보다가 궁벽지다는 표현을 찾아보니..
회사 도서관에 볼 책이 없나 습관처럼 배회하던 중 발견. 계획에 없던 책, 내가 어디서 듣고 고른 책이 아닌(탑다운?) 서가에서 우연히 만난 (바텀업?) 책이다.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이, 어쩌면 주부들 대상 같기도 하고, 아침마당을 보는 듯한 어색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책은 십중팔구 쉽게 읽히고 부담도 없고, 살아보니 40대라는 나이가 요즘 사람들에겐 사십춘기 인생의 전환기가 맞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두가지라도 내 마음에 와닿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퇴근 길에 집어왔다. 퇴근 길에 거의 다 읽고 집에서 마저 읽었다. 교육비라는 것은 선행학습, 국영수, 예체능 취미, 다른 건 몰라도 영어 회화는 시키자, 언어발달, 독서, 운동량 채우기, 친구 만들어주기, 부모님 퇴근 전까지 시간 ..
세상 많은 책 중에 어떤 책을 내가 읽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인연이다. 1년에 몇 권이나 읽을까. 항상 책을 갖고 다니고, 고르고 하지만 권수로는 그리 많지 않다. 딴지일보에서 기사로 올라온 홍콩 이야기를 읽던 중에 저자의 관점도, 깊이도 재미가 있어서 누군지 찾아보고, 책도 쓴 사람이기에 주문해본 책이다. 학문적인 바탕이 있어 깊이는 있으면서도 여행자로, 관찰자로,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홍콩에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 홍콩에서 유학했던 사람으로 홍콩을 바라본 글이다. 홍콩의 랜드마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여행가이드책보다는, 산책 중에 마주친 건물에 담긴 이야기(같은 뜻이지만 보통은 '스토리'라고들 더 많이 부르는)를 재밌게 풀어주는 느낌이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이야기는 그래도 여행에 방점을 ..
'재개발'은 그 전에 '개발'이 있었다는 말. 태초에 빛이 있고 언덕배기 가파른 비탈에 빌라들이 지어지던 그 전의 개발 혹은 그 전에 빌라보다 허술한 양옥, 그 전에 판자집 같은 것이 있었을지 모르는 곳. 서울의 경계 노릇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원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기 전에는 작은 수퍼 작은 세탁소 작고 낡은 철물점이나 백반집이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 땅을 고르면서 이 곳은 등고선 자체가 달라져버릴 테고 수몰지역처럼 삶의 흔적도 깨끗하게(?) 지워질 것이다. 이미 내가 사는 곳이 그렇고 그 옆의 아파트가 그런 건처럼.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한 번 지으면 고쳐짓기 힘든 아파트가 들어선 후에는 오히려 역사가 쌓일 만큼 보존이 될지도 모르겠다.
경악할 만한 공기였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북경의 공기. 그전엔 만나지 못한 부자들의 삶이란 것도 중국에서는 부와 권력과 관계로 얽힌 특권층의 삶도 겨우 이 정도면 충분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의 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작 이런 숨 막히는 환경이라니. 익숙해져서 혹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모른척 살고들 있겠지.
제주 사랑의 일환으로 읽은 책들이 많다. 제주야생화 같은 마이너한 책도 있고, 제주 어디 학부모회에서 책 만들기 강좌 수강생들이 단체로 책을 낸 건가 생각이 드는 에세이도 있고, 브런치에서 등단한 작가의 에세이, 만화로 된 여행기도 있었고, 제주 오름을 소개하는 책도 있었다. 그 중에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제주항은 한 명의 작가가 쓴 여러 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이다. 몇 백 년 전부터 어쩌면 그 자리였을지 모르는 제주항을 중심으로 멀게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각기 다른 시대 배경 속에서 제주 사람들이 살아갔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했다. 그 어느 한 편도 유쾌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그리고 삶은 참 고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본 제주의 역사를 다루는 글에는 거의 항상 '척박한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