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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DAUM에 뉴스 제공을 중단하는 배경

thezine 2008. 7. 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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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DAUM의 메인페이지 화면

 조중동(약칭CJD)이 앞으로 포털DAUM에 뉴스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중단시점과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흔히들 이번 조치가 조중동 불매운동 게시물을 DAUM이 적극적으로 삭제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이라고 여기고 있다. DAUM이 삭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나름대로 몇 가지 사정이 있다. 이용자가 게시한 글을 대량으로 삭제할 경우 이용자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최근 NAVER와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그리고 NAVER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일거에 식혀버릴 수 있다는 걱정도 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DAUM에서는 조중동이 요청한 게시물의 10% 정도인 40여개의 게시물만 삭제를 했다고 한다.

 이와는 별개로 DAUM에서 자유로운 불매 운동을 하는 데 약간 제약이 생기는 듯 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구글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게시물의 권한은 이용자에게 있으며 구글은 삭제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관련 기사) 광고 불매 운동의 중심이 다국적 기업화된 구글로 옮겨가면 양상이 어떻게 바뀔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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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UM에 뉴스 공급을 중단하게 된 데는 이번 촛불집회와 조중동 불매 운동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듯 하지만 사실 그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은 DAUM 뿐 아니라 네이버, 엠파스, 야후 등 각종 사이트가 모두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가장 먼저 이 서비스를 시작한 건 DAUM이다. 당시 DAUM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사들은 DAUM에 불만이 많았다. 홈페이지를 관리할 회사를 설립해가기까지 하면서 돈과 정성을 들여 웹사이트를 제작했건만 이제는 상당수 네티즌들이 언론사 홈페이지보다는 포털 뉴스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동네에서 상가 임대료가 비싼 것처럼 웹사이트는 방문객 숫자가 많아야 광고료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웹사이트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문객 숫자를 늘리려고 하는 것은 모든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공통된 바램이자 주요한 업무 목표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뉴스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포털을 찾는다. 조선이든 중앙이든 한겨레든 해당 언론사의 뉴스는 물론이고 다른 여러 언론사들의 뉴스를 동시에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주제에 대해 언론사별로 다른 논조, 관점, 정보를 비교해서 보기에도 편리했다.

 반면 조중동과 같은 메이저 언론사들은 DAUM에 뉴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긴 했지만 득보단 실이 많았던 것 같다. 광고 수입 감소와 함께, 언론의 특권(?)인 편집권을 일부 빼앗겼기 때문이다. 자기 홈페이지에 올리는 뉴스는 자신이 헤드라인에 올리고 싶은 뉴스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지만 DAUM에 올라온 뉴스는 자기 마음대로 배치할 수가 없다.

 하지만 혼자 뉴스 제공을 중단하면 파급효과가 작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중동은 공동보조를 맞춰오려고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조중동 3사 가운데 자금사정이 가장 안 좋은 동아일보가 월 1억 정도라고 하는 뉴스 제공료에 대한 미련 때문에 뉴스 공급 중단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지인에게 들은 정보로 정확하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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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둘러싼 경찰버스(출처 http://geodaran.com/590)



 DAUM이 뉴스 제공 서비스를 시작한 초기에 언론사 사람들이 DAUM에 대해 감정이 안 좋아졌다고 한 게 벌써 꽤 오래 전이다. 조중동 역시 그즈음부터 뉴스 제공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했겠지만 하던 것을 중단하려니 명분도 약하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서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이번 촛불집회와 조중동 광고 불매 운동이라는 계기가 생기고서야, '아고라'로 이목이 집중된 DAUM에 뉴스 공급을 중단한 것 같다.

 물론 현재 포털 시장의 절반이 훨씬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NAVER에는 뉴스 공급 중단을 하겠다는 말이 없다. 실제 영향력으로 따지면 DAUM보다 매출에 더 안좋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비교적 조중동 친화적으로 메인뉴스 화면을 편집해왔기 때문에 일단은 이대로 갈 것 같다.

 조중동 입장에서는 전부터 괘씸했지만 적당한 계기가 없어서 하지 못한 일을 과감하게 밀어부쳐서 속이 시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중동'이 이렇게 하나로 묶여 언급되고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면에서는 조중동에 유리하지 않을 듯 하다. 결국 조중동의 보도 행태나 과거의 행적이 드러날수록 왜곡보도, 말바꾸기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재조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이번에 특히 비판을 받은 이유는 전 정권 당시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수입을 비난했던 조중동이 이번 정권에서는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손바닥 뒤집듯 견해를 바꾸었으면서도 언론사로서 그에 합당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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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언론이여, 뒤집는 거 너무 좋아하지 마시길


 언론사에게 있어서 '입장과 의견'은 언론사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광고와 달리 중대한 하자가 있는 물건을 팔아놓고 아무런 해명이나 AS를 해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쇠고기의 소비자일 뿐 아니라 언론의 소비자인 네티즌들이 조중동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조중동 당사자들은 정치적인 적군을 공격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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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여담을 덧붙이자면, 지난 정권에서 행정 수도를 대전 부근으로 옮겼더라면 이번 시위가 이만큼 격렬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물론 광화문과 종로, 명동은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많은 곳이라 청와대와는 상관없이 시위가 일어나기에 좋은(?) 위치이긴 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아예 다른 도시에 있었다면 시위대의 행렬이 삼청동으로 향하진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와 무관하게 그 부근에 있는 조선, 동아일보는 여전히 수난을 받았겠지만 말이다. (반면 중앙일보 사옥은 광화문에서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아주 조용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시위 초기에 경찰들은 주로 미국 대사관을 보호하는 데 치중했다. 이번 시위가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에 대한 시위였고 이번 시위와는 별개지만 반미 시위를 막아본 경험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촛불 시위대의 참가자 대부분에게 미국 자체는 주요 이슈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검역주권을 쉽게 포기하고 '등신 외교'를 펼친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에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행정 수도 이전을 반대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추진됐다고 믿고 있지만.) 이전 사업은 현재의 규모로 축소되고 후속 조치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가 '5년 내내 촛불시위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던데, 정말 걱정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충청도 어디쯤으로 청와대를 옮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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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옮기게 놔둘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