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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3일 연휴 주말.적당히 놀다가 졸음에 쫓겨 잠자리로 떠난다.이게 행복이지.
지난 연말 초겨울에 일정 상 포기한 굴업도를 너무 춥지는 않은 3월 말에 가볼까. (백패킹 3대 성지 - 짬뽕 3대 성지나 3대 500?은 다른 거고, 아무튼 3대OO라는 단어의 인위적인 어감이 별로긴 하지만, 누가 정한 건지 알 수 없는 근본 없는 3대 맛집류와는 달리, 백패킹 3대 성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소인 듯 하여, 이곳들 모두 가보지 못했지만 나는 모두를 인정하기로 함.) 굴업도의 백패킹 장소는 춥다는 바닷가에서도, 사방이 탁 트인 섬에서, 그 중에서도 산(언덕) 위 허허 벌판에 있다. 한 겨울에는 극동계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 3월이 좋을 것 같다. 작년 6월 말, 비바람이 심해서 포기한 제주도에 딸린, 우도에 딸린, 비양도 백패킹을 올해 6월에는 다시 시도해볼까. (여기도 백패킹 3대 ..

good cop, bad cop의 원래 뜻은 다르지만, 좋은 부모, 나쁜 부모 (순화하자면, 무심한 부모 라고나 할까)의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 표현이 떠올랐다. 마침 평일에 쉬게 되서 새로 옮기려는 축구팀 연습장에 갔다. 축구하러 온 아이들 숫자는 대충 세어도 최소한 40명은 될 것 같고, 코치만 6명 정도. 그동안 다녔던 팀들에 비해서 인원이 많다 보니 우루루 뛰어다니는 모습도, 분위기도, 활기가 느껴진다. 대충 세어보니 연습을 보러 온 부모는 15명 정도였다. (열 명 보단 많고, 스무 명은 안되어 보였다) 나처럼 부부가 같이 보러 온 사람들도 조금 있는 것 같으니 대충 세어도 아이 40명 중 10명 정도만 부모가 연습을 보러 왔다. 아이의 학교 공개 수업 행사에 갈 때는 좀 더 자세하게 ..

호사유피 인사유명은 모양 좋은 말일 뿐, 남길 이름 석자 크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떠난 후에는 세상에 이 나무 그루터기만큼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옆 동네 뒷 산에 그루터기들은 인위적인 간벌의 흔적이 아닐까. 시계판처럼 생긴 흠집은 아마도 물이 흐르고 얼고 녹아서일까. 강남 대로변의 낙엽은 빌딩 관리인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소일거리를 더할 뿐이지만, 산에서는 떨어지고 쌓여도 누구에게도 일 없이 자연스런 풍경이라서 좋다. 오래된 작은 길가에서는 종종 나무가지로 만들어진 터널들을 볼 수 있다. 나무는 그저 제 모양대로 자랐을 뿐이지만 그 사이로 길이 생긴 덕분에 나무의 일부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오늘 비가 온 탓에 이제 산에 가도 마른 낙엽 밟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대신 차갑고, ..

커피 원두라는 게 시기 별로 좋은 원두 수급 상황이 달라질 테니 메뉴 자체에 '원두가 바뀔 수 있다'고 표시해두었다. 원두 종류를 산미나 향이 다른 5종을 구비해둔 터라 원두가 바뀌더라도 그때 그때 준비된 원두 중에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이런 커피에 맛들이면 맛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마실 수 없게 되어버린다. (혹은 아예 저렴하고 맛도 마실 만한 수준인 회사 구내 카페가 낫다.) 디저트 메뉴는 계절과일을 얹는 메뉴(이름은 이튼매스인데, 이튼매스를 검색해보니 좀 다르다. 이 가게 스타일로 많이 변형을 한 것 같다.), 바스크치즈케이크, 카이막이 있다. 디저트 메뉴는 모두 신선 식품이긴 하지만 개수 자체가 아주 많진 않아서 로스가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일 것 같다. 운영은 '금토일월', 주 ..

연희동 지도 뒤지다 발견한 곳. 춘장에 양파가 새롭다. 먹다보면 양념이 자꾸 밑으로 빠져서 면을 먹을 때 숟가락으로 양념을 챙겨야 하는 것도 근본 간짜장의 전형이다. 중국인들 없이는 대한민국 식당가 운영이 안된다는 말에 나오는 중국인들과는 세대가 다른, 아마 화교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이 날도 옆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들일 것 같은 노인 여러 명이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식사중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내가 문닫을 시간이 가까운 저녁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아니면 이 집 면 특징인지 모르지만 약~간 불은 느낌. 아무튼 요즘 시대에 찾기 힘든 진짜 간짜장을 하는 것만으로 2km를 걸어서 다녀왔다.
휴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맛 좋은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 하지만 오후였다면 내가 수면 문제가 없었어도 크게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알딸딸한 귀갓길에 연속으로 마음에 드는 노래가 추천으로 떠서 들을 때는 음악에 몰입하게 된다. 출근길 쨍한 햇빛이 스며들어오는 버스 안에서는 그런 느낌은 느낄 수 없다.겨울에 스산한 공기도 경치가 좋고 옷을 따뜻하게 입었을 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논산 훈련소에 10월 15일에 입소해서 11월 말쯤 의정부로 옮겨갈 무렵,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했지만, 힘든 일과를 마칠 즈음 국기 하강 시간에 발을 멈추고 바라본 가을 하늘과 공기와 나무에 비친 노을빛은 참 아름다웠다.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몇 몇 순간을 꼽아보자니 그 중 여럿은..
작가의 특징을 묘사하는 글 중에는 200자 원고지에 면도칼로 직접 깎은 연필을 열 개쯤 준비한 후에야 글을 쓴다던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젠 핸드폰으로 단문을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원고지 몇 천 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고, 지금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꾹꾹 눌러 쓰는 것 정도로도 복고 감성을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가끔 귀찮은 이유로 핸드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한다. 어차피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기에, 사진이 필요한 대부분의 글에서 어차피 핸드폰을 써야 한다. 핸드폰으로 제목 정도만 쓰고 일단 사진부터 모두 업로드한 다음에 컴퓨터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찌됐든 핸드폰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노..

겉절이도 아닌, 보통 김치보다는 단맛이 살짝 묻어나는 김치맛이 특이했다. 비싼 가격은 그냥 그러려니 싶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은 맛이 좋긴 한데 잘 만든 시판 제품도 이 정도 맛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 콩국수는 좋은 콩만 쓰면 차별화가 어려운 메뉴가 아닌가. 나에게 최고의 콩국수는 제주도 조천에서 먹었던 콩국수였는데, 땅콩이나 뭔가 부재료가 곁들여진 것 아닐까 싶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가미 여부보단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맛은 조천이 더 좋았다. 콩물은 순수하게 콩만으로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진주회관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진주회관은 기본 간은 되어있고 따로 달라고 해야 소금이나 설탕을 준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진주집보다도 슴슴한 느낌이었다. 원래 슴슴한 간에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