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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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게 오랫동안 천천히 읽은 책 중 하나다.(https://thezine.tistory.com/630 참고) 아마 이 책을 가장 오랫동안 읽은 것 같다. 지구 상에 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1992년쯤이었나, 신자들이 지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하늘나라로 갈 거라던 다미선교회의 '휴거'가 신자 외에도 전 인류에게 동시에 일어난다면,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으로 인류의 절반이 아닌 100%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철학적인 질문에서 시작됐지만 내용은 다양한 과학 이야기다. 사람이 만든 도시의 빌딩들, 원자력 발전소, 동식물 생태계,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과 같은 것들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지 이야기한다. 처음에 난 어떻게 이 책을 골랐던 건지 기억나..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징하게 오랫동안 나누어 읽은 책들이 몇 권 있다. 정확한 구매 시기는 모르지만 내가 산 초판 18쇄는 19년 12월에 인쇄되었다고 적혀있다. 당시 쓰던 온라인서점 기록이 5년 전까지인데 구매 기록이 없는 걸 보면 20년 1월 30일 이전에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진 않지만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어서 잘은 모르겠다. 책을 펼치면 미국의 저렴한 소설책에 쓰는 페이퍼백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나은 듯한 재질의 종이가 낡은 느낌을 더해준다. 독후감을 쓸 때면 항상 서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한 책 표지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몇 년에 걸쳐 게으름의 시간이 내려앉은 책 표지 사진을 쓰고 싶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말하면) '징하게' 오래 읽고 있던 책 세 권을 비슷한 시..
무자녀 인생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거론하는 것은 동성애자를 인정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기를 보는 것을 즐기지 않고, 양육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할 생각이 없는' 것을 '아기를 싫어하는 냉혈한'으로 오해하는 시선이 그렇다. 책을 읽어보니 무자녀인 사람들의 삶은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과 일치하는 면과 불일치하는 면이 모두 있었는데, 그래도 대체로 선입견과 다른 면이나,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아 보인다. 우선 개인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해보고 따져볼 것도 없이 무자식 인생이 상팔자다. 차분한 저녁식사,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보내는 주말, 계획대로 만들어가는 인생...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대개 본인이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포기한 가치들이다. 같은 조..
'서평'이라고 매번 말머리를 달긴 하지만 내가 책을 읽고 쓰는 글 대부분은, 특히 이 책에 대한 글은 평가의 글은 아니다. 그렇다고 '독후감'이라는 제목은 초등학생 방학숙제용인 것 같은 느낌이고. 꼭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늘 하던 대로 일단 말머리는 달았다. 아무튼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읽었다. 영화는 이미 개봉할 적에 보았고,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골랐던 것 같다. 그래, 책으로도 한 번 보지 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애당초 나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거니와, 나름 한국 문학계의 명사인 박범신 작가의 작품을 평가한다는 말을 달 수는 없겠다. 뭐... 나름의 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 갈망, 욕망에 대해, 늙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
오랜만에 읽는 일본 소설....은 아니구나.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읽고 있는 다른 책도 있긴 하다. 그 책은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책의 무게감이 많이 달라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두께는 제법 되지만 종이질도 얇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가는 속도도 빨라서 생각보다 단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을 알기 전에 표지 그림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낡은 잡화점에 대해 어린 시절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를 떠올리곤 했는데,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니 일본 잡화점은 이렇게 생겼을까? 문득 궁금해지네. 내용은... 설명하기 애매하다. 어디까지 설명해야 스포일러가 아닐 수 있을까? 나미야 잡화점에서 익명의 고민들을 상담해주는데 그 고민 상담 서비스가 시공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가..
회사 독서동호회에서 내가 책을 고를 차례여서 고른 책이다. 서점에서 책 고르는 재미는 온라인서점에 비할 바 아니지만 몸이 게으르니 이럴 때 하던 대로 온라인 서점 인문 코너 추천 도서 부근을 클릭하다 찾은 책이다. 이 책은 조선의 해방 이후 한반도에 살고 있던 수백만의 일본인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역사 논픽션에 끌린다... 이미 오래된 듯. 롬멜 전기 고를 때부턴가... 취향 고정이 너무 심한 듯ㅎㅎ)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본토로 귀환하면서 겪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해방 조선의 상황을 그린 책이다. 짐을 꾸려 열차에 몸을 싣는 모습이 딱... 피난민이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당시 최고의 자재로 지어졌다고 한다. 조선을 영구적인 식민지로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유명해지면 뜬금없이 위인전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곤 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선출되었을 때도 어린이를 위한 만화 위인전, 어른들을 위한 성공담 스타일의 책 따위가 서점 앞에 쌓여있곤 했다. 이 책도 혹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해서 잘 보니 그런 건 아니고, 폴 스미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정리만 해준 것 같다. 폴 스미스 본인은 난독증이 있어서 글을 쓰거나 읽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는 건 즐겨 한다고 함.) 이 책은 A~Z 알파벳 순서대로 폴 스미스가 생각나는 키워드(ex. FASHION, JAPAN...)를 중심으로 짧게 언급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폴 스미스가 직접 찍은 사진 상당수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페이지..
지난 번에 제주이민은 서평을 이미 썼는데, 그걸 깜빡하고 사진을 같이 찍었다. '간만에 2권에 대해 서평을 쓰다니... '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군. 나름 베스트셀러였던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에 이어서, 정봉주도 달려라 정봉주를 낸 적이 있다. 김용민 교수야 원래 책을 냈던 사람이고, 그래서 주진우 기자가 책을 내면서 나꼼수 도서의 완결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엊그제 친구 집에서 달려라 정봉주가 서가에 꽂혀있더만, 친구도 읽지는 않았다면서, 사실 이미 아는 내용이 많은데, 말하자면 지지의 뜻에서 한 권 샀다고 한다. 나도 사서 꽂아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책을 산 사람이 꽤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주진우 기자가 기자 시절 터트린 굵직한 사건들의 기사 원문과 뒷 이..
'거침없이 제주이민'은 제주도에 이주해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작가 한 사람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후에 각 꼭지를 써내려간 것 같다. 작가 본인도 제주도에 이주해 몇 년째 살고 있는 '육지' 사람이다. 언젠가부터 제주도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제주도를 가본 사람들은 제주도가 좋다는 것을 많이든 적게든 느끼고 오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끝이 안 보이도록 톱니바퀴를 돌려야 하는 도시 생활의 탈출구로 제주도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 싶다. 도시 사람? 혹은 직딩? 이라고 할 수 있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 신세인 사람들은 늘 언제나 탈출구를 꿈꾼다. 그래서 가당찮은 로또 당첨을 기대하기도 하고 호주나 어딘가로 취업이민 같은 것을 꿈꿔보..
한글판 제목은 '미국 쇠망론'. 원래 제목은 "that used to be us"다. 우리말에서 쓰는 표현으로 의역을 하자면 '우리가 딱 저랬는데' 하는 이야기다. 많은 미국인들이 의기소침해지고 자기 나라의 운명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의 무서운 부상을 보면서, 한편으론 세계 제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국 경제와 군사력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지금 검색해보니 1996년에 개봉했다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미국이 세계를 구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고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위 사진 아래 구석에 나온 아저씨가 대통령이다. '아무리 블록버스터지만 얘들 자뻑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하는 이야기를, 아마 미국인만 빼놓고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