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70)
theZINE
지난 연말 초겨울에 일정 상 포기한 굴업도를 너무 춥지는 않은 3월 말에 가볼까. (백패킹 3대 성지 - 짬뽕 3대 성지나 3대 500?은 다른 거고, 아무튼 3대OO라는 단어의 인위적인 어감이 별로긴 하지만, 누가 정한 건지 알 수 없는 근본 없는 3대 맛집류와는 달리, 백패킹 3대 성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명소인 듯 하여, 이곳들 모두 가보지 못했지만 나는 모두를 인정하기로 함.) 굴업도의 백패킹 장소는 춥다는 바닷가에서도, 사방이 탁 트인 섬에서, 그 중에서도 산(언덕) 위 허허 벌판에 있다. 한 겨울에는 극동계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 3월이 좋을 것 같다. 작년 6월 말, 비바람이 심해서 포기한 제주도에 딸린, 우도에 딸린, 비양도 백패킹을 올해 6월에는 다시 시도해볼까. (여기도 백패킹 3대 ..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징하게 오랫동안 나누어 읽은 책들이 몇 권 있다. 정확한 구매 시기는 모르지만 내가 산 초판 18쇄는 19년 12월에 인쇄되었다고 적혀있다. 당시 쓰던 온라인서점 기록이 5년 전까지인데 구매 기록이 없는 걸 보면 20년 1월 30일 이전에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진 않지만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어서 잘은 모르겠다. 책을 펼치면 미국의 저렴한 소설책에 쓰는 페이퍼백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나은 듯한 재질의 종이가 낡은 느낌을 더해준다. 독후감을 쓸 때면 항상 서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한 책 표지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몇 년에 걸쳐 게으름의 시간이 내려앉은 책 표지 사진을 쓰고 싶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말하면) '징하게' 오래 읽고 있던 책 세 권을 비슷한 시..
오늘 무안공항에서 179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는 대형 사고가 났다. 세월호 사건, 이태원 사고 이후에 또 몇 년 만에 이런 큰 일이 생겼다. 한 시절을 상징하고 풍미했던 유명인이 명을 달리 할 때면 일종의 모방 자살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슬픔이라는 감정도 쉽게 퍼져나가는 전염성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 단란한 가족과 예쁜 어린 아이와 꿈을 이루어가는 청년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소개되기 마련이다. 이런 큰 사건 뒤에는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애도하고 슬퍼하고 가라앉는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 오늘 TV의 큰 연말 시상식이 취소되었다. 한 달씩 준비해왔을 가수와 스탭들의 노고가 안타깝지만,..
개봉 즈음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극장이었을까, VOD였을까 생각해보면, 2005년 12월 개봉이면 극장을 자주 다녔을 때였을 것이고, 아마 극장에서 보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극장 외에는 랜덤으로 얻어 걸리는 케이블TV와 극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새로 나오는 괜찮다는 영화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서 몇 편, 그리고 좋다는 한국영화는 좀 더 관대한 기준으로 골라서 극장에서 본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 한국영화는 다시 넷플릭스나 VOD로 본다. 중년의 문화생활은 그러하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뮌헨을, 마치 책을 아~~주 여러 번에 오랫동안 긴 시간에 걸쳐 끊어 읽는 습관처럼, 이 영화도 요즘 몇 번의 퇴근 길과 오늘 남는 시간에 보았다. 3시간에 가..
good cop, bad cop의 원래 뜻은 다르지만, 좋은 부모, 나쁜 부모 (순화하자면, 무심한 부모 라고나 할까)의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이 표현이 떠올랐다. 마침 평일에 쉬게 되서 새로 옮기려는 축구팀 연습장에 갔다. 축구하러 온 아이들 숫자는 대충 세어도 최소한 40명은 될 것 같고, 코치만 6명 정도. 그동안 다녔던 팀들에 비해서 인원이 많다 보니 우루루 뛰어다니는 모습도, 분위기도, 활기가 느껴진다. 대충 세어보니 연습을 보러 온 부모는 15명 정도였다. (열 명 보단 많고, 스무 명은 안되어 보였다) 나처럼 부부가 같이 보러 온 사람들도 조금 있는 것 같으니 대충 세어도 아이 40명 중 10명 정도만 부모가 연습을 보러 왔다. 아이의 학교 공개 수업 행사에 갈 때는 좀 더 자세하게 ..
호사유피 인사유명은 모양 좋은 말일 뿐, 남길 이름 석자 크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떠난 후에는 세상에 이 나무 그루터기만큼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옆 동네 뒷 산에 그루터기들은 인위적인 간벌의 흔적이 아닐까. 시계판처럼 생긴 흠집은 아마도 물이 흐르고 얼고 녹아서일까. 강남 대로변의 낙엽은 빌딩 관리인들에게 평소보다 많은 소일거리를 더할 뿐이지만, 산에서는 떨어지고 쌓여도 누구에게도 일 없이 자연스런 풍경이라서 좋다. 오래된 작은 길가에서는 종종 나무가지로 만들어진 터널들을 볼 수 있다. 나무는 그저 제 모양대로 자랐을 뿐이지만 그 사이로 길이 생긴 덕분에 나무의 일부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오늘 비가 온 탓에 이제 산에 가도 마른 낙엽 밟는 소리는 들을 수 없다. 대신 차갑고, ..
이 글을 쓰면서 표지 이미지를 검색하고 보니 이 책을 애초에 내가 읽으려고 한 이유가 '문재인의 독서노트'에서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 그러고 보면 출판사에서는 '독서노트' 하나만으로도 수십 권의 책에 '문재인 대통령 추천' 문구를 추가했을 것 같다. 1쇄로 끝나는 책이 대부분인 출판시장에서 2쇄를 향한 몸부림. 이 책은 일단 하드커버에 A4에 가까운 크기, 두께도 2cm쯤 되는 '큰 책'이다. 무겁고 커서 갖고 다니면서 읽을 생각은 못했다. 저자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말투에는 독일어 억양이 분명한 독일계 후손으로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유대계 남편과 결혼하고, 독일인으로서 원죄와 같은 죄책감을 갖고 살다가 본인의 뿌리, 특히 외할아버지가 나찌였을까, 아니었을까 조마조..
페이지 수나 글자 수를 따져보았을 때 보통 파는 책의 1/10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뭐 이런 작은 책이 있나 싶어서, 워낙 작은 책이라 실패한 선택이라 해도 긴 시간이 들지는 않을 책이라 골라봤다. 우리나라 도서 시장의 규모가 너무 영세하다, 안타깝다 하는 이미지만 있는데, 이 작은 책에 13,000원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나름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책 크기가 워낙 독보적으로 작다 보니 책 내용과 무관한 전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소설'이고, 장르는 미스터리/스릴러다. 어느 변호사가 살인사건 용의자를 면담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스릴러답게 범인을 찾아내면서 끝난다. 웹소설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비교가 어렵긴 한데, 분량과 스타일로 봐서는 웹소설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누가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는 책인데도 이렇게 짧게 마무리되는 글이 반갑다. 여러 편의 초단편 소설을 묶은 얇은 책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누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라들었다. 작가가 누군지 말고는 전혀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세 번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스러워지는 횟수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우선,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 단편집이었구나'(꽤 읽고 난 후에야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 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쓴 책이구나'(동물하고 사람이 대화를 한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에 쓴 글이구나(EU의 전신 EC가 뉴스에서 어쩌구 하는 내용이 나와서 '설마' 했는데 그 EC였다.) 이런 정보를 모른 채로 읽는 것도 스스..
송길영 부사장, 이제는 송길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던 시절 회사 교양 강좌에서 처음 접했다. data mining이라고 하는 게 그때는 big data가 유행이던 시기여서 더 유명세의 파도를 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스스로가 송작가의 책을 뽑아들면서 뭘 기대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살짝 헷갈렸다. data mining 전문가라는 개념이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고, data mining에서 파생된 '미래의 트렌드 읽기'에서 다시 나아가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data mining은 이미 세상에 나온 정보 기반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최근의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통찰보다는 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