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서평&예술평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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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줄리언 반스의 대표작(이 맞는 듯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영화로 먼저 접했던 것 같다. 어떤 영화인지 잘 알고 본 것도 아니었고 우연히, 아마도 케이블티비에 무료영화로 소개된 걸 본 것 같다. 그러다 소설이 원작이라는 걸 알게 되서 책을 읽어보고, 읽어보니 좋았던 생각에 같은 작가의 책을 골랐다. 그렇게 고른 책이 이 책 말고도 아래 책도 빌렸다 잘 알아보지 않고 유명해보이기에 고른 책인데, 소설이 좋아서 작가를 고른 것에 반해 두 권 모두 에세이인 것도 잘 모르고 골랐다. 결과는 두 권 모두 읽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레시피'는 훨씬 작고 얇아서 끝까지 읽었고, ...'사적인 미술'은 두께도 두껍거니와, 읽기가 힘들어서 보다 보다 그냥 반납했다. 이 두 책이 읽기 힘들었던 이유가 ..

타이완(대만)의 역사책이다. 처음 대만 역사책을 읽던 무렵에 호기심에 여기저기 물어보니 대만인들은 중국 대륙의 역사를 배웠다고 했다. 하나라, 상나라.... 수, 당, 송, 원, 명, 청으로 이어져서 지금은 대만에 자리 잡았지만 결국 중국은 하나라는 국민당 지도부의 생각이 투영되어서, 대만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의 언어, 문화, 역사는 배울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대만어를 학교에서 쓰면 학생을 벌했다고도 한다. 대만에 대한 역사책을 읽기 전에 대만의 역사가 궁금하던 무렵, 주변에 대만의 역사를 물어보면 '대만의 역사를 중국 역사와 구분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이후 대만 역사책 (https://thezine.tistory.com/79 )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도 대만을 중심으로 대만..

징하게 오랫동안 천천히 읽은 책 중 하나다.(https://thezine.tistory.com/630 참고) 아마 이 책을 가장 오랫동안 읽은 것 같다. 지구 상에 인간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치 1992년쯤이었나, 신자들이 지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하늘나라로 갈 거라던 다미선교회의 '휴거'가 신자 외에도 전 인류에게 동시에 일어난다면,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으로 인류의 절반이 아닌 100%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철학적인 질문에서 시작됐지만 내용은 다양한 과학 이야기다. 사람이 만든 도시의 빌딩들, 원자력 발전소, 동식물 생태계,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과 같은 것들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지 이야기한다. 처음에 난 어떻게 이 책을 골랐던 건지 기억나..

한 번에 읽지 못하고 징하게 오랫동안 나누어 읽은 책들이 몇 권 있다. 정확한 구매 시기는 모르지만 내가 산 초판 18쇄는 19년 12월에 인쇄되었다고 적혀있다. 당시 쓰던 온라인서점 기록이 5년 전까지인데 구매 기록이 없는 걸 보면 20년 1월 30일 이전에 구매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진 않지만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경우도 있어서 잘은 모르겠다. 책을 펼치면 미국의 저렴한 소설책에 쓰는 페이퍼백과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나은 듯한 재질의 종이가 낡은 느낌을 더해준다. 독후감을 쓸 때면 항상 서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한 책 표지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몇 년에 걸쳐 게으름의 시간이 내려앉은 책 표지 사진을 쓰고 싶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말하면) '징하게' 오래 읽고 있던 책 세 권을 비슷한 시..

개봉 즈음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극장이었을까, VOD였을까 생각해보면, 2005년 12월 개봉이면 극장을 자주 다녔을 때였을 것이고, 아마 극장에서 보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극장 외에는 랜덤으로 얻어 걸리는 케이블TV와 극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새로 나오는 괜찮다는 영화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서 몇 편, 그리고 좋다는 한국영화는 좀 더 관대한 기준으로 골라서 극장에서 본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 한국영화는 다시 넷플릭스나 VOD로 본다. 중년의 문화생활은 그러하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뮌헨을, 마치 책을 아~~주 여러 번에 오랫동안 긴 시간에 걸쳐 끊어 읽는 습관처럼, 이 영화도 요즘 몇 번의 퇴근 길과 오늘 남는 시간에 보았다. 3시간에 가..

이 글을 쓰면서 표지 이미지를 검색하고 보니 이 책을 애초에 내가 읽으려고 한 이유가 '문재인의 독서노트'에서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 그러고 보면 출판사에서는 '독서노트' 하나만으로도 수십 권의 책에 '문재인 대통령 추천' 문구를 추가했을 것 같다. 1쇄로 끝나는 책이 대부분인 출판시장에서 2쇄를 향한 몸부림. 이 책은 일단 하드커버에 A4에 가까운 크기, 두께도 2cm쯤 되는 '큰 책'이다. 무겁고 커서 갖고 다니면서 읽을 생각은 못했다. 저자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말투에는 독일어 억양이 분명한 독일계 후손으로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유대계 남편과 결혼하고, 독일인으로서 원죄와 같은 죄책감을 갖고 살다가 본인의 뿌리, 특히 외할아버지가 나찌였을까, 아니었을까 조마조..

페이지 수나 글자 수를 따져보았을 때 보통 파는 책의 1/10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뭐 이런 작은 책이 있나 싶어서, 워낙 작은 책이라 실패한 선택이라 해도 긴 시간이 들지는 않을 책이라 골라봤다. 우리나라 도서 시장의 규모가 너무 영세하다, 안타깝다 하는 이미지만 있는데, 이 작은 책에 13,000원을 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나름 다양성을 확보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책 크기가 워낙 독보적으로 작다 보니 책 내용과 무관한 전설이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소설'이고, 장르는 미스터리/스릴러다. 어느 변호사가 살인사건 용의자를 면담하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스릴러답게 범인을 찾아내면서 끝난다. 웹소설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비교가 어렵긴 한데, 분량과 스타일로 봐서는 웹소설이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누가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는 책인데도 이렇게 짧게 마무리되는 글이 반갑다. 여러 편의 초단편 소설을 묶은 얇은 책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누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라들었다. 작가가 누군지 말고는 전혀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세 번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스러워지는 횟수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우선,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 단편집이었구나'(꽤 읽고 난 후에야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 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쓴 책이구나'(동물하고 사람이 대화를 한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에 쓴 글이구나(EU의 전신 EC가 뉴스에서 어쩌구 하는 내용이 나와서 '설마' 했는데 그 EC였다.) 이런 정보를 모른 채로 읽는 것도 스스..

송길영 부사장, 이제는 송길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던 시절 회사 교양 강좌에서 처음 접했다. data mining이라고 하는 게 그때는 big data가 유행이던 시기여서 더 유명세의 파도를 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스스로가 송작가의 책을 뽑아들면서 뭘 기대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살짝 헷갈렸다. data mining 전문가라는 개념이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고, data mining에서 파생된 '미래의 트렌드 읽기'에서 다시 나아가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data mining은 이미 세상에 나온 정보 기반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최근의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통찰보다는 송작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대선 낙선 이후 한창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쯤부터인 것 같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그리고 퇴임 이후 SNS계정에 책을 소개하는 느낌으로 쓴 글을 모은 듯 하다. 애초에 일기장 끄적이듯 남긴 글이 아니고 대중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어서, 정치 활동을 한창 할 때와 겹치는 것이 당연하겠다.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영세한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괜찮은 책들을 나라도 소개해서 약간이라도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SNS에 짧게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덧붙이는 정도의 글이라서 꼭지 하나 하나가 길이가 길지 않고 쉽게 넘어간다. 내 취향에 괜찮다 싶은 책들은 소개 글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분량으로는 퇴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