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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국 쇠망론

thezine 2012. 3. 4. 01:38


 한글판 제목은 '미국 쇠망론'. 원래 제목은 "that used to be us"다. 우리말에서 쓰는 표현으로 의역을 하자면 '우리가 딱 저랬는데' 하는 이야기다. 많은 미국인들이 의기소침해지고 자기 나라의 운명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의 무서운 부상을 보면서, 한편으론 세계 제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미국 경제와 군사력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지금 검색해보니 1996년에 개봉했다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미국이 세계를 구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통령이 전투기를 몰고 나가는 장면이 나온다.


 위 사진 아래 구석에 나온 아저씨가 대통령이다. '아무리 블록버스터지만 얘들 자뻑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하는 이야기를, 아마 미국인만 빼놓고 많은 사람들이 하게 했던 영화인 것 같다.

 요즘 불경기는 평소 반복되던 불경기보단 너무 세고, 20세기 초반 미국에 생난리를 일으켰던 대공황보단 그래도 약하고 해서 'Great recession' 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잘 안 쓰지만 미국에서 많이 쓰는 것 같다. 아무튼 리먼 브러더스 망해 넘어지고 부동산 대출 채권으로 사기치던 은행과 신용평가기관들이 욕을 먹는 것 뿐 아니라, 미국인들이 세상을 보는 마음 가짐 자체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이번 불경기는 정도가 심하다.

 버블이란 게 한 순간 생기는 게 아니고 오랫동안 커지다가 한 순간 터지는 것처럼, 미국인의 자신감 상실 역시 이번 경제위기로 갑자기 생겨났다기보다는 이번 계기로 '화룡점정'한 게 아닌가 싶다.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도 이미 오랫 동안 미국의 생산직 일자리는 꾸준히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수출(?)되어 왔다. 인도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한 밤중에 출근을 해서 미국의 낮 시간에 미국 고객들이 전화비 청구서에 열이 받았을 때 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거나, '안녕하세요 회원님, 신한카드를 이용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감사 차원에서 보험 가입 어쩌구' 하는 전화들 말이다. '오레~♪ 오레오레오레~♬ 위아더챔프~ 위아더챔프~' 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나오는 녹음된 대출 광고야 굳이 해외로 내보낼 필요도 없겠지만.) 모두 한 때는 저학력 미국인들에게 주어졌던 일이고, 그들은 중산층으로 무난한 삶을 일굴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수 많은 미국 영화들을 보아 오면서 어느샌가 미국 중산층 경제가 부러워진 적이 있다. 가장 혼자 보일러 수리, 페인트가게, 공장 생산직, 혹은 너무나도 미국적인 '캔디 가게' 같은 일을 하면서 부유한 정도는 아니어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곳, 그러다 좀 잘 풀리면 부자가 될 수도 있는 곳. 어릴 때 본 미국은 '그런 나라'로 보였다. 미국 사람들이 지금도 스스로 되뇌이고 있는 (어쩌면 본인들도 이젠 믿지 않을지 모를) '아메리칸 드림'도 미국이 '그런 나라'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랬던 생각이 나 역시도 금융위기 이후에야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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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이라고 해놓고 딴 얘기만 죽 했네. 암튼 전설의 요점은 '이렇게 자신감 넘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that used to be us'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쓸 정도가 되었다. 한 마디로 미국인의 자신감 상실의 시대다'라는 말씀.

 물론 이 책이 '아 이제 우리 망했다. c-ba, 이제 중국한테 치이고 멕시코에 치이고 한국에도 치이고... 끝이야 끝!! ㅠㅠ' 이런 내용은 아니다. 두 명의 저자가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짚고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위에 사진에 나온 원어판 도서도 그렇지만 (내가 영어판으로 책을 읽은 것도 아니지만 원래 표지 구경 좀 해보자는 차원에서 외국 도서는 외국 표지를 구해서 올리곤 한다. ^^;) 한글판도 양장본이다. 페이지수가 많아서 아직 다 읽진 못했고, 서평이랍시고 내용 요약을 올리는 건 이번엔 패스.

  좀 더 정확히 하자면 서평이라기보단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의 문제점'이 모든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느낌에 대한 이야길 쓰고 싶었다. 기계가, s/w가 대체할 수 있는 일 중에 아직도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은 상당수가 이미 사라졌고, 앞으로도 더욱 줄어들 것이다. 심지어 전문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들 역시 서류/기록 검토 업무를 컴퓨터가 대신하는 기술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임금'의 형태로 발생하는 경제는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또 줄어들 것이다.

 그나마 비숙련 노동이지만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청소, 식당일 같은 일자리들은 세계화,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위협은 덜 하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경제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일손이 흔한 시대에 최저임금을 받으며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전체 경제를 놓고 볼 때 정부도 적자, 개인도 적자, 다국적 우량기업만 흑자라고 하는 것처럼, 노동자들도 창조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안정적으로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한 편으론 빈익빈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추세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닐 거라고, 더 나빠질 가능성도 높다고...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내 아기가 자라서, 성인이 될 것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초중고등학교 생활을 할 때도 이미 아이에겐 그 때 경제와 사회상이 담긴 기대와 목표가 무의식 중에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그 때의 환경 속에서 어떤 부분은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혹은 생각보다 상황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중국의 급부상을 바라보며, 신흥국의 급성장을 논하며 'that used to be us' 라는 처량한 제목을 붙이긴 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의 주제는 '다시 잘해보자'라는 이야기다. 소련이 먼저 위성을 발사한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전국민이 합심해 다같이 으쌰으쌰 했던 '스푸트니트 모멘트'의 기억을 되살려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어! 날 따라 해봐요 이렇게!' 라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 인프라 구축, 과학과 수학 중시, 정치적 성숙함... 키워드만 적으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여서 와닿지도 않는다. 하지만 책 서두의 문제점 진단과 그 해결책들은 결국 한국이나 일본이나 어디에나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들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이야기가 아닌 그냥 우리나라 이야기다 생각하고 보고 있다.

 강바닥 파헤치고 시멘트 들이부어서 경제 체질이 개선될 수 있으면 차라리 좋으련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문제점과 해결책들은 구구절절 동감이 가지만(1/3정도 읽은 아직까지는 그렇다.)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들이다.

 국물녀 같은 XX녀 시리즈나 '도가니'사건처럼 뉴스와 신문에서 반복해서 때려주고 자극적인 멘트를 남발해서 전 국민적 이슈로 부각이 되고나서 자연스럽게 상식적인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서 정치인들도 장난을 칠 수 없을 수준으로 흐름이 굳어져야 실현가능한 것들일 수도 있다. 즉, 천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씀. 정당의 정책 연구 역량이나 독립적인 정책 연구 단체의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에서 과한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론은 '미국 쇠망론' 나름 괜찮은 책이라는 말씀. 그러나 약간 지루하다는 거. 번역이 딱히 맘에 들지는 않는다는 거. 페이지수가 좀 많다는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