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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곡하와이 블루스

thezine 2015. 1. 5. 01:31

 

 

학창시절.... 뭐라 해야 하나, 독립영화는 아닌 것 같고, 참 수수한(?) 느낌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영화 주인공들의 바닥 인생과 대비되는 이름으로 '와이키키'가 쓰인 건, 그 당시 한국인들이 꿈꾸던 낙원과 같은 바닷가였기 때문일 것이다.

 

부곡하와이의 역사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부곡에 솟아나는 온천수를 보고 온천 휴양 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세운 사람들에겐 이 프로젝트의 규모와 품질에 걸맞는 '하와이'라는 지명이 어울렸던 것이겠지 아마.

 

느낌에 한 30년은 리모델링 없이 그냥 유지보수만 하면서 사용하는 듯한 이곳 부곡하와이 실내 수영장은, 한겨울 삭풍이 불어도 바깥 공기와 밀폐가 되지 않아 춥기 그지 없는 수영장과, 그나마 온기를 불어 넣어주며 끝없이 (조금씩) 풀장에 흘러들어오는 온천수가 있다.

 

광고료를 마지막으로 받은 것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후지필름 광고판이 붙어 있고, 뜻밖에도 수영장 한 중간에는 어른용/아이용 수영장 간의 이동을 가로막는 부페 식당 + 서커스 공연 무대가 있다.

 

노천 온천으로 가는 길에는 찬 공기보다 더 끔찍하게 차갑게 젖은 카페트를 밟고 가야 하고, 그 노천 온천은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의 시큰둥한 눈빛의 시야범위 안에 놓여져 있다.

 

놀이공원에는 군자 어린이대공원이 리모델링하기 전에 떼어온 듯한 옛스러운 하늘 그네가 여전히 하늘을 돌고 있었다.

 

70년대 얄개 영화를 다시 찍어도 손색 없을 옛 모습 그대로의 버스 터미널 건물이 서있는데, 아마도 그 시절에는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가 수줍게 짐을 끌고 5분을 걸어 부곡하와이 호텔에 체크인을 했겠지.

 

어린 시절 한 번 다녀와본 적이 있지만 오직 기억 속에는 온천탕 저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같은 물줄기,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잠들며 차창 밖으로 본 나무들 뿐이었다. 지금의 부곡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모습. 이번엔 유난히 추운 날이어서 간간이 고생스러울 때가 있었지만 좀 덜 추울 때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60년대, 70년대를 느껴보는 기분? 물론... 지금 부곡하와이 운영진들이 듣고 싶은 칭찬은 아니겠지만 부곡에는 아직 과거가 남아있다.

 

그리고 물론, 한 겨울에 따뜻한 물 속에서 찬 공기를 마시는 기분은 참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