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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추석에 큰집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인 곳, 어릴 땐 '우리집'에서 '가장 먼 곳'이었고, 방학이면 열흘 쯤 개울에서 멱을 감고 논두렁에 미끄러져 옷을 버리고 벌레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큰집으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가로등이 없어 길이 보이지 않았고 여름이면 귀가 따갑도록 개구리가 울어대던 논이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겨울에는 동네 아이들이 논에 물을 대서 썰매를 탔고 손과 귀가 떨어져나갈 것 같던 추위 속에서 뒷산에 올라 푸대자루를 잡고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왔다. 세상과 떨어져있는 풀과 개울과 산과 나무의 마을로만 여겼던 곳인데, 이젠 조그만 아파트와 학원 건물이 들어서고 큰 길이 들어서 주변은 갑갑해보인다. 조그만 슈퍼에서 가서 아이스크림..
사진-빛으로그린그림
2008. 10. 17.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