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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한나라당과 안병직, 그리고 국정교과서의 미래

thezine 2007. 11. 28. 18:41

 

안병직과 식민지 근대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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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氏


예전에 신문에서 어떤 기사에서 '안병직'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한나라당의 여의도연구소에 이사장이 '안병직'이라는데, 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려니 했다.

왜냐면 예전에 읽은 안병직 교수의 저서에서 직함이 일본의 모 대학 교수였기 때문.

알고보니 그는 서울대 명예교수였지만 지금은 한나라당 여연의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여의도 연구소는 한나라당의 정책을 연구하는 곳이다.

마치 미국의 랜드 연구소, 자유기업원 같은 곳.



안병직이라는 사람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이다.

일제 하에서 한국이 근대화하고 잘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던 사람.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들을 중심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이 연구되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의 주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일본과 협력했으면 좋았을텐데 왕부터 시골 유생까지 일본을 무조건 깔보고 경멸했기 때문에 실용주의적 외교가 불가했고 일본과 협력관계로 나갈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 친일 청산은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다.

- 식민지 수탈은 과장되었다. 일본 쌀값이 비싸서 한국 쌀이 건너간 것일 뿐이다.

- 강제동원 규모가 과장되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강제징용이 아닌 노력봉사 형태였다. 도로를 닦고 비행장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에 동원된 사람들은 호남폭설 때 주변 지역 사람들이 복구작업에 동원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일, 독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 미국의 점령체제를 잘 이해했던 식민지 계급에서 성장한 지식인이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대한민국)를 건국한 것이고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한국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반대되는 학설로 자본주의맹아론이 있다.

조선에서 싹트고 있던 자본주의의 싹을 일제가 짓밟았다는 학설이다.

우리의 중고등학생 국사 교과서는 자본주의맹아론을 따르고 있다.

조선후기에 경영형 부농이 등장했으며 화폐경제가 발달했고 상인집단 도고가 발생하는 등,

자본주의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는 학설로 연세대 김용섭 교수가 그 창시자.


그런데 희한하게도 국사 교과서에 실린 자본주의맹아론은 힘이 없는 주류 신세다.

안병직류의 학자들이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아가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뒷받침하는 연구자료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반면

자본주의맹아론은 어느 시점 이후로 발전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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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교수'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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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왼쪽에 주먹 쥔 사람이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


이영훈 교수라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신대 피해 여성들이 사실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사람이다.

이영훈 교수는 '낙성대 연구소'의 소장이며 안병직 여연 이사장의 제자이다.

낙성대 연구소는 안병직의 뒤를 이어 식민지근대화론을 뒷받침할 연구를 하는 기관이다.

(2호선 봉천역 부근에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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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식민지근대화주의자



 식민지 근대화 이론에 따르자면 친일에 이어 친미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던 지배층들은 '점령체제를 잘 이해한 지식인'이었으며 '세계 정세를 잘 파악하고 국익을 위해 일본과 협력관계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로 해석된다.

 또한, 친일청산을 오직 정치적인 목적만으로 해석하는 의견은 현정부가 친일청산 작업을 진행할 때 반대 논리로 활용되었던 점도 상기할 만 하다.

 한나라당의 씽크탱크인 여연의 이사장이 안병직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안병직 여연 이사장의 소신대로 국정 국사 교과서가 다음과 같이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정세를 파악하지 못하고 일본에 협력할 생각을 하지 못한 집권층 때문에 식민지가 되었다.'

 '일본이 강대해질 땐 국호와 국체를 포기하고 일본에 협조하고, 미국이 군정을 하면 미군에 협조해가며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정희는 일제 시대에는 육사에 진학해 천황에 충성을 맹세한 후 관동군 장교를 지냈으며, 해방 후 사회주의가 득세할 때는 남로당에서 가입했다. 또 미국이 한국을 군정 통치하면서 남로당을 탄압하기 시작하자 남로당 동료를 밀고해서 살아남았다. 이렇듯 상황에 맞춰 신념을 바꾸는 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현명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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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친일'로 등식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주제는 뭐니뭐니 해도 '병역회피', '국경분쟁', 그리고 '일본'이다. 대놓고 일제시대를 미화할 정치인은 없고 그것이 선명한 정책으로 추진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안병직 이사장과 이영훈 교수 같은 'BRAIN'에 의해 뒷받침되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어떤 변화가 올지, 일본과 일제 시대를 바라보는 가치 기준은 어떻게 바뀔지 가늠하기 어렵다.




PS: '식민지 근대화론 비판'은 다음에 기회되면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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