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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이집트의 영광

thezine 2008. 1. 25. 00:13
 나 같은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다큐멘터리 채널을 켤 때마다... 이런 채널을 즐겨보시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나도 좀 늙은 걸까...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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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내가 가고 싶은 외국 문물에 대한 내용을 방송할 때는 채널을 돌리지 못한다. History채널에서 해주는 다큐멘터리, 혹은 KBS에서 만든 건가, PD가 독백을 하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좋다.(목소리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내용은 정말 재밌다) 역시나 가장 재밌는 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기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볼 때다.
 
 이날 나의 눈에 들어온 건 이집트의 신전과 궁전을 건설한 람세스 집안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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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사의하기까지 한 건축 기술을 자랑했던 이집트,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던 파라오.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웅장한 신전 같은 건축물을 어떻게 지었을지 고증해보는 내용이었다. 수입 역사 다큐멘터리의 추세가 그렇듯 수시로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가면서 건축 과정을 묘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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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엄청난 건축물을 지을, 엄청난 양의 석재를 무려 100km나 떨어진 곳에서 옮겨왔다고 하니 엄청난 노동이었을 것이다. 파라오가 누린 권력은 얼마나 엄청났을까. 제정이 분리되지 않은 사회에서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을 자처하며 국력을 동원해 저런 건축물을 남길 수 있었던 람세스 일가.
 
 파라오 역시 결국은 인간에 다름없을텐데 이 가족은 몇 대에 걸쳐 수천 명을 수백 년간 동원해서 이런 건축물을 지었다. 반대로 일반 백성들은 멀리서 가져온 석재 하나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변변한 도구도 없이 돌을 깨고 조각을 하고 돌덩이를 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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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러저러한 주제와는 상관없는 특징이 눈에 보이더군.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든 전문가가 서양 사람이라는 점이다. 스탠포드의 교수, 멤피스대 교수, 무슨 고고학 전문가... 어찌된 게 이집트 사람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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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는 미국 배우겠지만) 이집트 사람이라고 등장한 것은 오직 파라오 람세스2세(그림 말고, 그림에 겹쳐서 흐릿하게 보이는 중앙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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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죽도록 일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 고대 이집트인들 뿐이었다. "이 건물은 이렇게 지어진 겁니다" 하며 설명을 하는 역할은 모두 미국 사람들...^^;



 'x대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웅장한 문화 유산을 간직한 사람들, 그러나 그 후예들이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피라미드 입장권을 팔거나 낙타를 태워주며 돈을 받는 정도 외엔 없는 걸까?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니 이집트의 영광이 남겨준 유산은 오히려 이집트의 굴욕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영박물관을 비롯해서 선진국의 '자랑거리'인 박물관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훔친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제는 선진국의 학자들이 와서 자기네 유물인 양 열심히 이집트 신전의 건축 공법을 설명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유물을 도둑질당한 것으로도 모잘라서 유물을 설명하며 감탄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역할마저 1세계 학자들에게 빼앗긴 이집트인의 오늘은 참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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