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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광우병 갑론을박, 몇 가지 이야기

thezine 2008. 6. 11. 15:26

 광우병 논란에 대해 딴지일보에 잘 정리된 글이 올라왔다. 정리가 잘 돼있어서 몇 가지 요약해서 올려본다. 제목은 '이명박 책임이다'이고 1편과 2편이 있다. 각각 원문을 링크하고 요약(?)한 내용을 소개한다.


이명박 책임이다 1

1. 현재 미국에서는 폐사한 소, 병들어 죽은 소(죽은 원인도 모르는)를 모두 갈아서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30개월이 넘은 소의 뇌와 척수만 제거하면 된다. SRM이라고 하는 위험부위를 모두 제거한 것이 아닌 뇌와 척수만 제거한 것이다. 머리뼈, 척추, 편도, 내장 등 위험부위는 30개월이 넘어도 모두 사료로 사용한다. 위험부위를 다 제거하긴 싫고 뭔가 조치를 취하는 척은 해야 하기 때문. 이것을 '강화된 사료 조치'라고 포장하고 말을 덧붙여서 그럴듯하게 한 내용만 선전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말이다.



2. 미국이 쇠고기 수출에 집착하는 이유는 찌꺼기 부위를 팔기 위함이다. 미국에서는 식용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서 사료로 쓰이는 부위들이 있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어서 사료로 판매할 때 킬로그램당 5000원을 받던 물건을 한국에 식용으로 팔면 킬로그램당 5만원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은 예시) 사료용과 식용의 가격차이는 10배에서 20배 정도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식용으로 판매하면 불법인 광우병 위험부위를 한국에 식용으로 팔 수 있고, 그렇게 하면 훨씬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3. 위와 같은 이유로, 이런 내용을 모르고 이명박 대통령이 소고기 협상을 밀어부쳤다면 무능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명박 책임이다 2



4. 영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할 무렵, 영국 보수당 정부는 영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광고했다. 영국 소고기는 완벽히 안전하다면서, 장관이 기자들 앞에서 어린 딸과 함께 영국 쇠고기로 만든 햄버거를 먹는 쇼까지 했다. 영국 최고의 과학자들은 영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본다는 광고도 했다. 영국 정부가 거짓말을 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 무책임하게 '안전'을 거들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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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관 '검머'와 그의 딸. 딸은 무사했지만 딸의 친구는 광우병으로 사망. 본인은 햄버거 패티를 밑으로 살짝 밀어내고 빵만 먹은 듯 하다.




5. 영국 정부는 그나마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거짓말을 했다. 미국 정부와 OIE마저도 광우병 위험부위로 규정한 부위들도 모두 수입하도록 허용해놓고도 이런 부분은 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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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빨간색, 파란색은 OIE과 미국이 지정한 위험부위들이다. 이것들도 모두 수입하기로 했다.



6. 당시 영국 정부가 국민에게 '소고기 안전하다'고, 100%라고 주장했던 근거는 자신들의 과학자였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안전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미국 정부의 시스템을 들었다. '미국 정부가 알아서 잘 해주지 않겠냐'라는데, 세상에 이런 정부가 어디 또 있는지 알고 싶다. 앞으로 미국에서 들여오는 식품은 100% 공항에서 통과시켜줄 건가? 많은 시민들이 정부에 분노하고 시위에 나선 이유 중에 하나가 이 점이다. 책임을 회피하고 외국 정부의 권위에 기대는 무책임하고 무개념한 행위 말이다.



7. 미국의 한 축산회사가 모든 검사 비용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댈테니 자기네가 기르는 모든 소에 대해서 광우병 검사를 하겠다 미국 정부에 건의를 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이를 금지했다. 핑계로는 비용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검사를 하겠다고 소송을 걸었고 첫 재판에서 미국 정부는 패했다. 하지만 다시 항소해서 몇 년째 재판이 진행중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1%이하만 검사하고 있는데 100% 검사하면 광우병 걸린 소가 확인 될까봐 민간업체의 자발적인 광우병 검사도 미국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 정부를 믿어보자고 한국 정부가 세금 써서 온오프라인 광고를 엄청나게 했다.



8. 협상 책임자는 '수입을 막을 만한 논리가 없어서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것 역시 유례를 찾기 힘든 정부다. "이마트에 갔는데 이것을 사지 않을 논리가 없어서 사왔다"고 하면 "음. 일리 있다."고 할 사람 손 들어 보시라. 안전을 증명하는 것은 파는 사람이 걱정할 일이다. 사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다. 협상을 엉망으로 해서 물건 사면서도 이사람 저사람 미국에 전화하고 사람 보내서 자율규제 해달라고 굽신굽신거리는 상황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를 ㅂㅅ이라고 하는 것이다.



9. OIE 규정은 미국도 지키지 않는다. 유럽에서 OIE 규정을 들어 유럽산 30개월 이상 소를 수입해달라고 해도 미국은 그냥 무시한다. 아무도 지키지 않는 권고사항을 우리는 열심히 지키고 남들은 안 지켜도 괜찮은 건 등신이라고 해야 할지, 사람이 너무 좋다고 해야 할지.



10.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 소를 수입 중지하겠다고 했다. 명목상 1%, 실제로는 0.1%의 소를 검사하는 데 1000마리 중에 1마리 검사하는데 하필 그 소가 광우병에 걸려있으면 수입을 중지하겠다는 말이다. 네티즌들이 모두 아는 표현대로, '임신하면 피임하겠다', '소 잃으면 외양간 고치겠다'는 수준의 말장난이다.



11. 이렇게 무책임하게 협상을 벌여놓고 이명박 정부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캠프데이빗 숙박권과 카트1회 이용권 정도다. 실익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경제에 해로울 것으로 평가되는 한미FTA도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는 FTA가 통과되지 못하는 편이 유익하다. FTA가 단순히 관세 좀 낮추는 것인 줄 알거나, 농산물 피해 좀 입고 자동차, 반도체 많이 팔 수 있게 되는 건 줄 아는 사람도 많다.)



12. 노무현 정권에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극구 반대했던 공무원들이 이명박 정권에서는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무엇 때문이겠는가? 캠프 데이빗 숙박 전날 밤새도록 협상을 해서 서둘러 타결을 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이명박 때문이란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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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말

 미국 사람들이, 교포가 먹는 쇠고기가 한국에 수출될 쇠고기와 동일하며, 그들이 먹으니까 안전하다는 식의 주장은 넌센스에 속한다. 상대 국가에서 먹어서 별 일 없으면 다 수입해도 되고 검역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당연한 주권 행사이다. 이해가 쉽도록 예를 들면, 중국에서 먹는 모든 음식물을 검역 없이 수입하자고 주장해보시라. 13억 인구가 잘 먹고 있고 재중 한국인들도 많이 먹고 있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고 주장해보라.


 PD수첩이 방송한 내용에 대해 오류를 지적하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있다. 번역, 편집 등이 의도적으로 왜곡 과장되어있다는 주장이었다. PD수첩의 방송은 보지도 않았지만 지적한 사람들의 의도도 상당 부분 옳을 것이라 생각한다. 논지를 강조하기 위해 내용을 선택하고 편집하고 과장하는 것이 언론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PD수첩의 방송이 광우병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망정, 단순히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부 보수층의 착각이다. 대운하 논란 덕분에 사람들이 본의아니게 토목과 유통에 대한 지식을 쌓은 것처럼, 이번 광우병 논란 덕분에 사람들은 광우병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적으로 연구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나라에도 이렇다할 광우병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나, SRM이니, ARM이니 하는 말이 무엇인지, 월령과 위험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말이다.

 시위에 나오는 사람들은 시청 광장에서 군복 입고 설치는 사람들이나 구국기도회에 나온 사람들보다 미국 쇠고기 문제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다.

 딴지일보에서 소개한 자료들은 대체로 소고기 수입 반대 논리의 대부분을 담고 있다. 여전히 쇠고기 협상이 문제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 일이 되버린 PD수첩에서 오류를 찾아냈다고 신나하기 보다는, 협상 결과 자체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