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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소동과 노예계약 이야기

thezine 2009. 8. 4. 14:06
 

 동방신기가 처음 데뷔하던 때가 생각난다. '유노윤호', '영웅재중' 같은 유치찬란한 4글자 이름이 우습다는 생각 정도였는데 어느 틈에 '실력 있는 아이돌'이란 평을 듣는 아시아의 손꼽히는 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대체로 동방신기의 입장을 지지하거나 회사의 입장을 지지하는 두 편으로 나뉘는 것 같은데, 나의 경우에는 사안별로 다르지 않나 싶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는 아니지만 뉴스에도 자주 나오고 재미있기도 해서 간단히 생각나는 부분만 써보면 다음과 같다.


1. 불평등한 수익분배 주장과 현금 110억 지급
 아시아를 아우르는 동방신기의 인지도에 비교할 때 6년 간 4명에게 현금 110억이란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1인당 연간 3.6억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동방신기가 데뷔 첫 해부터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초반엔 연1억, 지금은 연7억, 하는 식으로 금액은 년도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4명의 아이돌 스타의 유지비가 얼마나 들까.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등 전담 인원이 적어도 10명 이상일 것이고 해외 활동의 경우 수익의 일부는 현지 운영비(법인 설립, 사무소 운영, 파트너사 분배 등)에 사용될 것이다. 해외 활동의 경우 호텔숙식비와 교통비 등 비용은 하루에 1~2천만원 이상일 것이다. TV나 옥외광고와 같은 마케팅 비용은 파트너사가 담당할 수도 있고 돈이 들지 않는 부분도 있을테니 잘 모르겠다.

 동방신기에게 지급된 금액이 110억이라면 회사가 번 돈은 최소 200억, 혹은 300억이 되어야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동방신기의 공연 수입과 앨범 판매 수입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데뷔 초 3-4년은 적자였다고 하더라도 과도하게 불평등한 수익 배분 구조를 유지했을 거란 심증이 간다. SM의 강점으로 해외 각국의 에이벡스, EMI 같은 협력사들의 네트워크를 꼽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수익 배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해서 수입이 많은 만큼 비용 지출도 많았을 거라 예상된다. 일본 같은 곳에서 대형 기획사의 도움 없이는 그렇게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지만 그에 비례해 수입도 배분해야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SM이 회사 전체적으로는 오래 적자였다는 걸 보면 매출만 많은 빛좋은 개살구였을지도 모르겠다.)

 백댄서비용과 식대도 비용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한데 동방신기 주장으로는 이런 비용을 동방신기의 배분으로 정해진 금액에서 제했다고 한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SM의 방식은 CDP의 번들 이어폰을 따로 팔던 용팔이 수준이다.


2. 수입내역에 대해 멤버들에게 공개하지 않음
동방신기 멤버 3명의 입장은 회사가 어디서 얼마를 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수입내역이란 게 아마 매달 종류별로 자잘한 것까지 수백 건에 이를텐데, 이 내역은 멤버들이 보든 말든 회사는 무조건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SM같은 대형 기획사의 일처리로는 말이 안된다. 계약이란 걸 맺었다면 그 정도는 공개해야 이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3. 화장품 회사 투자 및 홍보 참여
 문제를 제기한 3명의 멤버는 그 3명의 부모가 투자한 화장품 회사의 행사에 참여하고 초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가 없으면 모르되, 연예인의 이름을 내걸고 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회사와 협의하고 정해진 계약대로 수입을 배분하는 것은 상도의라고 생각한다. 단지 부모들이 투자 한 일에 자식된 입장에서 얼굴 좀 팔고 도와주자는 생각이었을 수는 있지만 회사를 상업 계약 대상으로 인정한다면 피했어야 할 행동이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계약관계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4. 노예계약
 군대 포함 15년 정도의 장기계약이라면 아이돌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란 말이다. 표준계약서는 7년이하를 권장한다고 하는데, 사실 7년도 짧지 않다.

 SM측에서는 동방신기 데뷔 이후 4년간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요즘처럼 아이돌 가수 연습생들이 몇 년씩이나 교육을 거쳐 데뷔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회사는 소속 연예인이 떴을 때 본전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동방신기 같은 경우에는 SM측에서는 연습생 시절부터 데뷔 이후 몇 년은 계속 적자 상황이 이어졌을 수 있다. 어쩌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제 돈 좀 벌려나 하는 상황이고 동방신기 입장에서는 할 만큼은 했다는 생각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습생에 거액을 투자하고 성공한 연예인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본전을 뽑는 방식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이 결과적으로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에게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 모델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한 계약관행을 바탕으로 한 잘못된 사업 모델이다.

 결국은 몇 군데 투자해서 한두곳 성공하면 본전 뽑을 때까지 묶어두는 방식의 한국 기획사의 사업관행은 장기적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언젠가는 회사도 정상적인 계약조건 하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연예인을 관리하고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투자도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획사의 능력이 연예인이 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금방 이런 관행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가수 손담비는 주변에서 아무리 띄워줘도 뜨질 않아서 '잠수함'으로 불렸지만 결국은 뜰 때까지 밀어줘서 스타가 된 것을 보면 기획사의 능력은 영화 제작에서 감독의 역할 이상인 것 같으니 말이다.

 동방신기는 SM의 양성 노하우와 시스템, 그리고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파워에 절대적으로 힘입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SM이 아니었다면 그저 평범한 잘생긴 총각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배경이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SM의 SM회장님(?)은 자신의 사업모델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냥 잡담식으로 쓴 글이긴 하지만 숫자나 SM 상황에 대한 건 그냥 개인적인 추정들로 가득한 지라 조금 거시기함. 알아서 봐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