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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에 걸려 일주일간 격리된다면 - 일주일 생활 계획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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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에 걸려 일주일간 격리된다면 - 일주일 생활 계획

thezine 2009. 11. 3. 18:05

신종플루 유명 환자(?) 격리 뉴스


 한국 뉴스의 만년 톱뉴스인 정치 관련 기사를 빼놓고, 요즘 가장 큰 뉴스는 신종 플루인 것 같다.

 처음에 돼지와 관련이 있어서 Swine Flu라고 불리다가, 돼지고기랑은 무관한데 돼지값 떨어지고 고기집 장사 안된다는 의견에 힘입어 H1N1이라고 불리더니, 이것도 너무 어려워서 그런지 지금은 '신종플루'라고 불린다.

 영어로는 감기를 가리켜 가장 흔히 쓰는 말이 flu이지만 여기에 '신종'이라는 한자어를 붙였는데, 'Team장(長)'의 뒤를 이을 짬뽕외래어로 등극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연예인 김현중, 조권, K Will 등 다수의 연예인이 신종플루에 걸리는가 하면 예비군훈련 취소, 수능격리시험 준비, 다수의 행사 취소와 같은 관련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주식쟁이들이 잘 아는 것처럼 손세정제 회사의 주식이 대박을 치기도 했다. (사실 비누로만 잘 씻어도 살균 효과는 충분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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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은 신종플루 소식 중에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학교의 휴업, 감염자의 격리 같은 부분인 것 같다. 얼마 전 63빌딩에 입주한 한 업체에 신종플루가 돌아 전 층을 폐쇄하고 소독을 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이미 휴교한 학교가 전국에 100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재채기를 하는 일로 죄인이 되기도 하고 죄인을 쳐다보듯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들에게 휴교 여부는 아주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특히 임산부나 아기가 있는 가정에서는 걱정이 더하다.

 직장인들도 신종플루 감염 때문에 일주일씩 집에서 격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만약 감염 때문에 회사에 나오지 못할 경우 무급이냐 유급이냐 하는 이야길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이야길 듣다보니 나도 감염이 되면 어떻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없는 소리지만 왠지 신날 것도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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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조건
-기간: 일주일(아마도?)
-제한: 걱정을 아주 안할 수는 없으니 무리한 여행은 물론이고 외출도 자제, 병원에 한두번 방문?

나의 계획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우선순위를 정해서 읽어나가기
-읽은 책에 대해 서평 쓰기
-음식재료 장보기는 모두 집사람('집에 잘 없는 사람'의 준말)에게 일임
-독서
-약간의 TV 및 인터넷 서핑
-그동안 찍어놓고 외장하드에서 잠자고 있는 사진들을 정리하고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업로드
-출근할 무렵, 집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처럼 나도 아침에 강변에서 운동(마스크 착용하면 무리 없을 듯. 마스크는 예방효과는 별로 없고 감염자가 퍼트리는 일을 막아준다.)
-그동안 궁금했던 생활방식에 대한 간접경험(실은 2, 3번이 본인이 동경하는 삶의 방식임 ㅠㅠ)
  1)'아~ 이것이 백수의 생활이구나'
  2)'아~ 재택근무를 하면 이렇겠구나'
  3)'아~ 프리랜서가 되어 혼자 작업실에서 일하는 것이 이런 거겠구나'



 사실 위의 계획은 결국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 실컷 읽기' 하나로 요약된다.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들.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보니 신종플루에 걸려서 격리 생활을 하는데 너무 심심하다는 글을 봤다. 처음엔 잠을 실컷 자서 좋았는데 그것도 곧 지겨워지고 인터넷도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일주일을 실컷 책을 읽는다면 과연 어떨까. 아마 격리생활을 일주일이나 하게 되면 옛날 버릇이 나와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패턴이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것도 지겨워질 수는 있지만 책도 종류가 여러 가지고 제각각 내용과 재미가 달라서 생각보단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침대에 엎드리고 쇼파에 엎드리고 식탁에 앉아서 보다가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보다가 거실바닥에 엎드려서 보다가... 시간이 지날 때마다 자세 바꾸는 게 가장 힘들 듯. -_-;

 그리고 이건 나만의 독창적인 발견(?)인데 집에서는 공부건 뭐건 집중이 잘 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신발을 신지 않고 잠옷 같은 편한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옷이 너무 편하면 마음도 풀어지는 것 같다. 적당히 옷을 갖춰입고 신발도 신고 있어야 공부든 독서든 잘 되는 듯 함.

 따라서 격리 기간 중 독서를 잘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옷을 잘 차려입고 신발을 신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론... ^>^


 물론 어려서부터 '아파서 학교에 못가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한 터라 이번에도 무사히 지나갈 듯 하다. 다만 '격리 중인데 심심해요'라는 글을 볼 때마다 '밀린 책', '밀린 책'이 머리를 맴도는 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