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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잊어버린 한국 역사 - 식민사 연구에 대해

thezine 2010. 2. 4. 00:37

경술국치 100년 관련 기사들(한겨레 신문)

  한겨레 신문에서 경술국치 100에 즈음해 식민 역사를 다루는 기사를 싣고 있다. 아직 그 중에 몇 꼭지만 읽어본 정도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각각의 기사 제목들을 보면 내용은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에 오늘 본 기사는 일본의 조선 식민 역사 연구자에 대한 글이었다.

 원본 링크: http://news.nate.com/view/20100103n08548?mid=n0411


  간단히 소개하자면 사진 속의 인물은 일본의 역사 학자이다. 와세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던 무렵, 당시 조류에 따라 외국 역사 중에 중국 역사를 공부하려 했으나 재일교포였던 동료 학생과 함께 조선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식민지 조선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역사 관련 책을 읽다 보면, 특히 오래 전의 역사일수록 '사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역사 자료를 해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자료가 없으면 연구고 자시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미야타 세쓰코씨는 식민지 시절 조선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되는 대량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구를 해왔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아래에 발췌한 '사카타니 문서'다.


  3.1운동이 벌어졌을 때라면, 모르긴 몰라도 어수선할 때였을텐데 그런 상황에서 조선 각지를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고 하니 일본 사람의 자료 수집 & 축적 본능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이 기사를 읽으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3.1 운동 당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은 뭘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반인들은 그렇다 치고, 국사 연구자들은 3.1 운동에 대해 어떤 자료를 참고하고 있을까? 자료가 있긴 얼마 있기나 할까?


 아무튼, '사카타미 문서'라는 귀중한 자료에 더해서, 미야타 세쓰코는 식민 조선에서 근무했던 일본인 관료들을 다양하게 만나보고 직접 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고 했다.

 위 '사카타니 문서'를 소장한 우방협회라는 곳에 있던 '호즈미'라는 노인 덕분이었다. 그는 조선총독부에서 관료로 근무했으며 관료직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경제활동을 하며 조선에서 지낸, 식민지 버전의 지한파였다.


 위의 발췌문에 나오는 것처럼 이 '호즈미'라는 사람은 총독부에서 국장 자리에까지 오르며 오랜 기간 식민지 조선 통치에 관여한 고위 관료였다. 오랜 기간 조선에 머물며 친분을 쌓게 된 고위관료들도 많을 터. 그 친분으로 총독부의 2인자인 '정무총감'이었던 사람까지 연구 모임에 초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게 1958년이다. 총독부 관료 출신들이 대부분 정정하게 생존해있을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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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읽은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이라는 책은 식민지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에 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 사람이 쓴 책이다. 일본인들 입장에서 본 식민지라는 관점도 독특하지만 일본인들이 축적한 자료들 자체가 피식민지 국민이었던 조선 사람들이 겪은 것과는 다른 측면의 자료가 많다는 점이 특별했다. 예를 들어 당시 조선반도의 지역별 일본인 숫자나 그들의 직업 같은 것들은 당시 조선인들로서는 알 수도 접할 수도 없는 자료다.

 미야타가 접한 자료나 증언들은 당시 식민지를 통치했던 고위 관료들의 정책자료, 재정집행상황 같은 공식적인 정보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저 귀중한 자료들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해석하기에 따라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만 여러 권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사람은 식민지 시절의 상처를 지금까지 안고 살고 있고, 일본인들은 과거 조상의 잘못을 쉽게 망각한다는 생각만 했다. 정작 한국에서 식민지 시절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연구를 했는지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불분명하다. 생각보다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쨌건 미야타라는 학자가 오랜 시간 연구해온 자료들은 식민 조선 연구에 있어서 보석같은 자료들이 아닐까 싶다.


 어쩌다보니 식민지 시절의 역사를 연구하고 밝히는 일이 정치적인 쟁점이 되어버렸다. 뒤가 구린 사람들과 뒤가 구린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이 보수와 진보라는 타이틀로 갈려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판 때문이겠지. '친일 청산'이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복잡한 문제는 그 나름대로 중요하다.

 하지만 우선은  사실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논의를 하고 학문적인 결과물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친일 청산을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이해해야 토론을 하던지 말던지 할테니까 말이다. 대통령부터가 나서서 건국 60주년이라고 하며 임시정부 계승을 명시한 헌법을 부정하는 현실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는 거, 물론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