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선택한 재앙 본문

시사매거진9356

선택한 재앙

thezine 2010. 2. 22. 18:05

2차 대전 도쿄 공습 당시 모습



2차 대전 도쿄 공습 당시 모습


 2차 대전 당시 도쿄가 공습당하던 모습이라고 한다. '싸이에 올리는 셀카'처럼 가벼운 목적이 아니라 기록자료를 남기기 위해서였겠지만, 폭격기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니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폭격으로 불타며 죽어나갔을까.

 2차대전에서 일본은 역사적으로 '가해자'라는 것이 의심의 여지 없는 진실이다. 미국이 일본의 아시아 패권을 허락하지 않았고 숨통을 조여왔던 것 같아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 아시아에서 일본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전쟁에선 일본이 가해자였는데, 일본의 일반 국민들은 가해자였나, 피해자였나. 한 마디로 단정하긴 어렵다. 침략전쟁에 적극 동참했기에 가해자이기도 하고, 광적인 군국주의 국가에 태어난 이유로 역사의 파도에 휩쓸렸다는 점에선 피해자라는 주장도 해볼 수 있다.







 내가 아는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음울한 느낌으로 손꼽힐 만한 '반딧불의 묘'는 전쟁통에 고아가 되고 결국 굶어 죽은 어린 남매의 이야기다. '일본도 피해자'라는, 마냥 동감하기엔 아무래도 뒤가 구린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수동적인 피지배적 입장을 강조하더라도, 침략전쟁에 동조한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악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결국 역사는 시민이 자초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하다. 옳다고 믿는대로 행하지 않으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지 않으면 함께 희생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