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고독한 시험림 본문

여행-가출일기

고독한 시험림

thezine 2024. 6. 22. 21:40




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300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도착하니 입구 사무소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나오셔서는 "김용욱씨?" 물으신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입산 서명록 같은 종이를 힐끗 보니 목록에 이름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걷다 보니 좀 단조롭다. 크게 힘들지 않고 산책하기 좋다.



이 깊고 깊은 산속에 집터가 있다. 해도 별로 들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해도 늦게 뜨고 일찍 지면 칠흙같은 긴 어둠이 지긋지긋하지 않았을까? 말할 수 없이 고독하지 않았을까? 멀리 외출 나간 가족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 않았을까?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정주定住의 흔적을 마주하니 한없고 지독한 고독의 감상이 밀려온다.



시험림이라는 곳은 다양한 식물의 식생 변화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곳인가보다. 그 옛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보다도 오히려 지금 시험림에서 삼림연구원들이 하는 일이 더 호흡이 길고 느린 일이겠다 싶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그렇게 고독하진 않을 거다. 내가 접한 중에 가장 지독했던 고독의 흔적.

'여행-가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의 기억  (1) 2024.06.28
설악동  (0) 2023.12.03
고향 마을 입구  (1) 2023.10.01
비하인드 스토리  (0) 2023.08.06
가을 기울기  (0)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