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크리스마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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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2번 크리스마스를 맞았었다. 지금은 없어진 부산 하야리야 미군부대에 배치받은 건 1998년 12월 23일이었다. 자대에 도착한 첫날 밤이야 누구나 그렇듯 정신없이 신고식으로 지나갔지만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군바리의 마음에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특별한 날이었나보다. 다른 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 그 날은 신병인 나를 포함한 소대원 모두가 함께 서면에 나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어쩌다보니 고참들이 모두 나보다 키가 작았는데 그나마 키가 큰 고참의 옷을 빌려 입고 길을 나섰다. (카투사의 첫 휴가 필수 준비물이 '사복'이다. 난 아직 휴가를 다녀오기 전이라 사복이 없어서 빌려입어야 했다.) 부대 안에서는 눈을 땅바닥에 붙인 듯 아래만 보며 걸어야 했다. 고참들 얼굴..

Feliz Natal, Boas Festas Feliz Natal과 Boas Festas 모두 Merry Christmas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이다. 스페인어로는 Feliz Navidad라고 하는데, 두 언어가 원래 비슷해서 그런 건지 아리송하다. 12월 25일이 연말 소비 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은, 꼭 크리스마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연찮게 12월 25일은 연말 분위기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고, 성탄절 자체가 소비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건너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쪽 사람들은 성조기도, 산타복장도 비키니를 만들어 입으며 모든 상징을 성(性)과 소비문화에 적용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지 않은가. 어느샌가 크리스마스는 커플의 날이 되어버렸다. 솔로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상실감을 피하려고,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