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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iz Natal, Boas Festas

thezine 2007. 12. 23. 23:56

 Feliz Natal, Boas Festas

 Feliz Natal과 Boas Festas 모두 Merry Christmas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이다. 스페인어로는 Feliz Navidad라고 하는데, 두 언어가 원래 비슷해서 그런 건지 아리송하다.

 12월 25일이 연말 소비 문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것은, 꼭 크리스마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연찮게 12월 25일은 연말 분위기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이고, 성탄절 자체가 소비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건너온 탓도 있을 것이다. 그쪽 사람들은 성조기도, 산타복장도 비키니를 만들어 입으며 모든 상징을 성(性)과 소비문화에 적용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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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어느 솔로의 미니홈피


 어느샌가 크리스마스는 커플의 날이 되어버렸다. 솔로인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상실감을 피하려고, 23일에 밤을 새고 24일날 초저녁에 잠들어서 26일에 깨어나는 비법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연말에 공연이 많을 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입장료를 더 받는가 하면 분위기 좋은 식당은 예약없이 갈 수 없고 괜찮은 공연은 모두 매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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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인터공원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 기회를 그냥 놓치는 건 직무유기다. 잎이 무성하고 뾰족한 전나무, 그리고 빨간색-녹색의 무늬는 12월만 되면 슬슬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가족과 연인에게 줄 선물을 사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홈쇼핑 사이트들은 친절하게 돈 쓰는 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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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회원들이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이제는 '돈을 쓴다'고 하면, 현찰 만큼이나 익숙해진 신용카드. "이걸 사면 된다"고 알려주는 온라인 쇼핑몰 뿐 아니라, "이 카드로 사면 된다"고 카드사들이 열심히 홍보하는 것도 요즘 소비 문화의 특징이다.

 본인도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보니 장사하는 사람에게 '시즌'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은 대충 알고 있다. '성수기'나 '비수기'나 인건비와 영업 비용은 비슷하게 들지만 똑같은 시간 동안 버는 돈은 아주 많이 차이가 난다. 예를 들면 사무실 빌딩이 모인 동네의 식당에게 있어서 '점심시간'은 문을 열고 있는 긴 시간 중에 겨우 1시간이지만 하루 장사의 매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다.

 빌딩가 식당이건 연말 대목을 노리는 쇼핑몰이건 간에 특정 기간 동안 매출이 집중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식당에서는 미리 식탁마다 반찬과 수저를 세팅해놓고 주요 메뉴는 바로 나갈 수 있게 준비해둬야 테이블을 1회전 더 시킬 수 있다. 10회전이냐 11회전이냐 차이라면 그 차이는 작을 수도 있지만 3회전이냐 4회전이냐 차이라면 1회전을 더 시키는 게 매출의 25% 정도나 되는 셈이다.

 다 아는 이야기인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어쨌거나 요점은, 장사하는 사람에게 '시즌'은 참 중요하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는 바이다... 라는 말씀. 우리집도 문구점을 하면서 '시즌' 장사가 삼형제 학비에 다소간 보탬이 되었음을 알기에 더더욱.

 그래서 온라인 쇼핑몰이건, 각종 공연 기획사들이건, 카드회사이건, 호텔과 여행사이건, 다들 일치감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 뿐 아니라 잘 알려진 바는 아니지만, 중국의 수 많은 수출업체들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 용품 수출은 한 해 장사의 중요한 대목이다. (남들 다 아는 이야기만 쓰다가 간만에 나름 이 바닥 지식을 동원했더니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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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무튼 다 아는 선수끼리(?), 대목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 것 갖고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데이'가 돌아올 때마다 돈 쓰는 방법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불만인 것도 사실.

 2월 14일에 초콜릿 업체의 1년 매출이 좌우된다는 소식을 들을 때(상대적으로 3월 14일은 약하다.), 4월 14일에는 중국집이 미어터지는 것을 볼 때, 11월 11일에는 길쭉한 초콜렛 과자를 먹으라고 TV에서 연예리포터가 떠들어대는 모습을 볼 때면, 마치 내가 실험용 쥐가 되어 종이 울리면 가게에 가서 돈을 쓰는 존재가 되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걸 챙기는 계기라는 순기능도 있다. 그리고 매번 '데이'가 올 때마다, '평소에 더 잘 하고 이런 날은 무시할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작은 후회도 늘 반복된다.

 평소에 준비(?)를 더 잘했더라면, 어쩌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다운 경건함 속에서 보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코카콜라 CF에서 빨간색 옷으로 낙인이 찍혀버린 산타 할아버지의 억울함과 테크노 댄스곡으로 탈바꿈한 carol을 뒤로 하고, 크리스마스의 본래의 의미를 차분하게 느끼는 것도 알고보면 연말의 묘미다.

 '성 발렌타인'이 다시 깨어나면 자신을 기념하는 날이 초콜렛 바구니 사주는 날이 되어버린 것이 억울할 것 같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일을 커플데이로 만든 세상에 실망할지도 모를 예수님을 위해 아래 구절을 읽으며 양심의 가책(?)을 피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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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주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네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마저 내주어라.

무릇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되받으려고 하지 마라.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금 걷는 자들도 이 정도는 다 하는 일이 아니겠느뇨?”(눅 6:27~32, 마 5:38~46)

사실 우리가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그리고 오늘날까지 기독교에 헌신한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예수님의 메시지는 탄생과 죽음과 부활에 관한 신화적 서술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예수가 우리 실존에 명령하는 윤리적 담론이었다.

기독교가 우리에게 전하는 감격과 감동의 핵심에는, 예수의 말씀이 우리 민족이 접한 어떠한 기존의 종교보다도 더 고귀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불타의 자비(慈悲)보다 더 짜릿했고 공자의 인의(仁義)보다 더 강렬했다.

예수를 따라다닌 사람들은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들이었다. 춥고 굶주리고 슬피 우는 자들이었다. 착취당하고 빼앗기고 부랑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가슴에 남은 것이라곤 ‘이 세대’(게네아 아우테)와 세태에 대한 원망과 원한과 분노뿐이었다.

바로 그들에게 천국을 선포하는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고 너를 핍박하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패러독시칼한 정언명령을 던졌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만이 인간에게는 진정한 회심(메타노이아), 즉 천국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 자기 목숨을 얻으려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로다.”(마 10:38~39, 눅 14: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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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크리스마스에 부쳐,

2008.12.23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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