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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눈 오는 날 아침

thezine 2008. 1. 24. 18:06
주초에 눈이 꽤 왔다.

그것도 이틀 연속.

눈 오는 날은 누구나 느끼는 묘한 느낌이 있다.

눈송이가 소리를 흡수해서 약간 먹먹하고 고요한 느낌 말이다.




아침엔 늘 바쁘다.

저녁엔 어영부영 30분, 1시간도 잘 보내면서 아침엔 왜 그리 타이트한 건지,

알면서도 늘 타이트하게 산다.

나만 그런가? ^^



바쁜 와중에 왠지 느낌이 들어 창문을 열어봤다.

전날 일기예보에서 눈이 온다는 걸 본 것도 같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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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에 눈이 쌓였다. 이대로 며칠 지나면 추운 날임에도 녹아 말라 없어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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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란다에 나서면 옆건물 지붕이 보인다. 옆건물은 유치원이다. 유치원 지붕이라 그런지 나름 아기자기한 모양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지만 우리 나라 건축은 아직 국민소득 수준을 못 따라온다. 그저 '생존'만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공간에 그저 먹고 자는 것만 해결되는 집을 지어 산다. 대충 하늘에 얼기설기 전봇대 사이로 전깃줄이 보기 싫게 뭉터기로 가로질러도 그냥 그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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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알아서 더 낮은 곳으로 흐르고 눈송이는 알아서 턱이 진 곳을 찾아 하얗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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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가루를 뿌린 것처럼 베란다 난간에 눈이 쌓인다. 훅 불면 휙 날아가버릴 것 같다.



 아침에 바쁜 와중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아침에 바쁜데 몇 분 안되는 시간이지만 여유를 부렸더니 내 생활 자체가 여유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북적대고 꾹꾹 압박해오는 2호선 전철 안에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다.

 멀리 휴가를 떠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할 순 없지만 출퇴근을 일상 삼는 처지에는 이 정도면 나름 훌륭하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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