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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9356

한국의 네오콘 이명박 정부

thezine 2008. 3. 2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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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가 처음 대통령이 되고 난 후 국제정치 기사에서 처음 '네오콘'이라는 용어를 들었다. 아버지 부시 시절에도 활동했던 럼즈펠드, 세계은행에서 애인 관련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폴 월포위츠니 하는 사람들이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WMD, 역시 네오콘이 유행시킨 단어)를 핑계로 끝낼 수도 없는 전쟁을 시작했던 사람들이다. 미국의 힘을 믿었고 국제적 협력은 하등 불필요한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

 이라크전쟁의 수렁에 빠지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전쟁비용을 치르고 얼마전 미군 전사자가 4천명을 돌파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꼬리를 내리고 요즘은 거의 보이지조차 않는다만.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를 보면 마치 새로운 네오콘이 등장한 듯한 느낌이다. 미국의 네오콘은 어떤 사람들인가. 딕 체니가 경영했던 헬리버튼이 이라크 전쟁으로 엄청나게 돈을 버는가 하면 그동안 미국의 재정은 최악의 적자가 되버렸다. 클린턴 집권기에 재정을 건전하게 해놓은 것을 이라크전쟁 한 방으로 무너트린 것도 모자라서 부자들 세금을 낮춰주기까지 한 대단한 정부다.

 FTA추진이나 이라크 파병 같이 너무 실용적인 선택을 해서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왔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오히려 과도하게 실용적이었다면 현 정부는 실용을 내세우면서 과도하게 이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은 물러나라고 핏대를 세우는 유인촌을 보면 6.25 때 완장의 권력에 기대어 마을 사람들을 숙청했던 인민군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새 정부의 이념성을 확실히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북한에 대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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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가는 국제 정치로는 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북한이 어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한다. 아무리 싸게 해도 한 발 쏘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3발쯤 쐈다고 한다. 어제는 개성공단 사무소의 직원들을 강제로 철수시켰다고 한다. 전문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서 내가 이런 것 같다 저런 것 같다 이야기할 거리는 없다. 다만 요즘 대북관계에 있었던 일들을 참고해볼 순 있다.

 UN에서 북한의 인권에 관한 선언을 결의할 때마다 한국은 그동안 기권을 선택해오곤 했다. 인권 중시를 표방했던 정권이면서도 대북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의 특성상 애매한 태도를 취하곤 했다. 그런데 이젠 한국의 태도가 바뀌었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 인권 좀 개선해라 야~' 그러면 한국도 같이 '그래 맞어' 하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옆 집도 아니고 옆 방에 사는 사람에 대해 옆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자 같이 거드는 셈이다. 왜냐면 그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란다.

 폭력시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등록금 좀 적당히 올리라는 시위를 하겠다고 하니 백골단을 투입하기로 했다는 정권에서 국익을 희생해서라도 북한에게 인권을 요구하는 현실은 꽤나 아이러니하다. 국내에서 인권을 강화하고 대북관계 안정을 통해 국제신인도 상승을 꾀했던 탓에 '인권 따지면서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하냐'는 욕을 먹었던 전 정권. 그리고 국내 인권은 무시하면서 대북관계 긴장 조성을 통해 국익은 손해를 보더라도 보수층의 칭찬을 듣고 있는 현 정권. 어쩌면 이리도 정 반대일까.

 부시가 처음 취임한 이후 모든 정책들을 '어떤 정책이 좋은가' 보다는 '클린턴이 했던 것에서 무조건 반대로' 하다가 실패한 정권이 됐다. 그래서 현정부 취임 초기에 연대 문정인 교수는 부시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고 말 그대로 실용적인 측면에서 계승할 부분은 계승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쩌면 이리도 전 정권의 정반대 방향을 추구하는지, 마치 부시가 클린턴의 뒤를 이어 취임했을 때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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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군의 시위 진압을 피해 도망치는 라마승

 티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티벳 말고도 깐수성, 쓰촨성에서도 시위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은 모두 티벳의 일부였던 땅들을 행정적으로 다른 성에 일부로 갈라놓은 땅들이다. 모두 통틀어 티벳의 시위라고 말해도 무관하다.) 여러 사람이 죽고 다쳤다. 중국 정부는 부인하지만 인터넷에는 시위에서 총상을 입고 죽은 시신의 사진도 떠돌아다닌다.

 워낙 중국이 국제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보니 다른 나라에서도 평소에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웃으며 악수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위대가 군인 총에 맞아 죽는 정도로 심각해지자 먼저 유럽 지도자들이 중국에 올림픽 보이코트를 포함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미국도 가만히 있다가 뻘쭘한지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외교관이 '교민들도 있는데... 우리 함 들어가보면 안될까?' 했다가 '안돼!'라고 하니까 '알았어...'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고 그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한국과 일본은 적어도 국제관계에서 도덕을 논할 정도의 배짱이 있다거나 직설적인 화법을 쓰지 않는 셈이다.

 UN차원의 티벳 사태에 대한 결의안이 제출된다면 한국 정부는 거기에 찬성할 것인가? 마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결의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대북관계에 긴장이 조성되면 당장 국제신인도가 하락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겨나는데 그런 것도 모두 감수해가면서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는가.
 
 미사일 3발이 날아가 바다에 퐁 하고 빠졌을 뿐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늘 있던 일 중에 조금 특별한 뉴스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본 어느 외국의 할머니라면 자식이 한국에 출장을 간다는 말만 들어도 거기갔다가 전쟁나서 죽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된다. 실제로는 치안이 괜찮은 편인 중국에 가도 괜히 별 일 없을까 걱정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북관계가 안좋아질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경제는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 정권은 겨우 한달 사이에 여러 차례 북한을 자극하는 말을 했다. '선제 북폭', '인권 개선해야', '말 들어야 도와준다'는 식의 발언을 했는가 하면 이명박氏는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 결과는 무시하고 노태우 정권의 비핵화합의를 우선시하겠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를 깔끔히 짓밟아줬다. 한 마디로 말하면 한국은 아무리 대통령이 약속해도 정권 바뀌면 끝이라는 점을 이명박의 한 마디로 세계에 각인시켜준 셈이다.

 원칙이 없는 정책들 때문에 좌충우돌을 하다보니 자신을 대통령까지 만들어준 'anti노무현'이라는 수단에 다시 의지하고 싶은 본능일까, 아니면 남북관계를 희생해서라도 본인이 믿는 바대로 해야겠다는 이념적인, 다소 비실용적인 선택일까, 아니면 별 생각없이 내뱉은 말인데 생각보다 사태를 악화시킨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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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인권은 교양 선택 과목 정도로 여겨졌다. 그나마 세월이 지나면서 전공 기초 과목 정도로는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다. 어린 나이에 학교에서부터 맞고 자라다보니 맞고 때리는 폭력에 익숙해져있다. (우린 '사랑의 매'라는 이상한 말을 만들어서 당연시하지만 그렇게 떠 받드는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야만행위라고 하더군. 이것도 문화의 차이라고 주장해야 할까.) 말하자면 인권이 전공필수 5학점짜리인 나라가 있는가 하면 교양선택 2학점인 나라도 있는 셈이다.

 인권 침해의 대표적인 피해자였던 김대중, 그리고 인권 변호사로 정계에 입문했던 노무현 정권에서는 아무래도 전 군사정권보다는 인권 회복에 역점을 두는 것이 당연했다. 강정구 교수가 아무리 또라이라고 하더라도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없다면 구속수사를 하지 말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천정배 법무부 장관 역시 참여 정부의 장관 출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에 인권문제를 들이밀어 자극하는 행위는 자제하고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 안정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신용등급 제고를 꾀했던 면은 일면 인권에 대한 무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옳은 소리 한 마디 해서 풍비박산을 낼 것인가, 아니면 모른척 하면서 쌀과 비료를 보내주면서 개성공단 등 개방조치를 유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단순하다.

 대북 유화 조치들을 통해 북한 내 강경파보다는 온건파가 북한 안에서 득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이전 정권의 방침은 이제 무효가 됐다. 북한은 군부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성의 군부대를 후퇴시키고 공단을 유치했다. 하지만 이제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온건파의 말대로 했는데 결국은 남한 정권은 북한을 연일 자극하고 있고 북한 통치 세력의 통치 기반에 위협을 느끼면 온건파는 발언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을 쏜 것은 '자해행위'라고 할 정도로 북한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결과적으로 북한은 얼마 되지도 않는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가진 게 많지 않다보니 오히려 벼랑끝전술의 전문가 소리까지 듣게 됐다. 마냥 희화화되곤 하는 김정일도 TIME 같은 시사잡지에서는 노련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외교는 어떤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외교'를 하겠다면서 이념에 기반한 공세를 해서 남북관계를 후퇴시키고, 임기가 끝나가고 있으며 곧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줄 공화당에 구애하며 FTA 좀 통과시켜달라고 떼쓰다가 미의회 연설이 무산됐다. 그나마 부시의 크로포드 목장에 초대라도 됐으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감사하다고, 한미관계는 '복원'됐다고 팡파레가 터졌을 것을 목장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세상 모든 나라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런 쓸데없는 소릴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은 둘째 치더라도, 2MB 정권은 과연 국익이 뭔지 이해하고 있는 걸까, 실용주의와 이념주의가 무언지 둘을 구분할 줄은 아는 걸까, 심히 궁금해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장주의, 법치주의, 민주주의, 인권, 국익, 실용, 이념 같은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를 지금이라도 하길 바란다. 북한에서나 할 법한 물가 관리 목록을 만들거나 있지도 않은 220대 톨게이트를 만들어내고 찾아내는 것 잡다한 일 말고 국가 정책을 아우르는 시야를 갖길 바란다. 2MB이 다른 건 몰라도 부지런한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서 조중동 읽는 것 말고 백과사전에서 위와 같은 단어를 한 번 찾아서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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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왈, "맹바가, 잘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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