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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댄서..가 아니라 어둠 속의 독서

thezine 2008. 7. 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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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저녁

 여름이라 맑은 날은 저녁 늦게까지도 해가 떠있다. 티벳은 북경보다 훨씬 서쪽인데도 북경과 동일한 표준시를 쓰다보니 저녁 9시에도 밝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요즘은 늦도록 밝은 해가 반갑다. 다만 아침에 단잠을 깨우는 햇빛은 반갑지가 않다. 해뜨는 시간, 해지는 시간을 각각 1~2시간 늦추면 좋겠다. (어릴 때 몇 번인가 시행해보고 요즘은 여름마다 한 번씩 거론만 하고 지나가는 '서머타임'제도가 딱 그런 건데, 물론 취지는 다르다.)


 어제부터 가끔 한 두박자 쉬어가며, 그러나 완전히 그치지는 않고 꾸준히 비가 내렸지만 지난 주 일요일은 상쾌하고 맑은 날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 비가 내린 후의 상쾌한 공기가 좋았었지. 인천공항에 아침 일찍부터 나가서 공항 내의 '스타가든'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던 날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던 날이라 집으로 돌아왔을 땐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저녁밥을 먹고난 후 잠시 뿐, 초저녁의 졸음을 이겨내고 불을 켜지 않고 창가에서 책을 읽었다.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으면 눈이 나빠진다고 흔히 알고 있는데 잘못된 상식이다.)

 날이 반쯤 저물어 방의 구석진 곳은 깜깜하지만 창가는 책을 보기에 충분히 밝았다. 책을 덮을 때쯤엔 사진에 나온 것보다 약간 더 밝은 상태였다.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구도 잡고 찍어보고 셔터속도와 조리개를 조정하는 사이에 어두워진 후의 모습을 찍었다.)

 일요일이면 배달되는 중앙선데이를 모두 읽고 책도 '오늘은 그만 볼까' 싶을 때까지 읽고 나니 저녁 11시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TV는 켜지 않고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TV를 중간중간에 봤다. 특히 장조림에 넣을 메추리알을 깔 때는 지겹고 짜증이 났는데, 그런 단순 노동을 할 땐 TV가 참 유용하다.

 돼지고기 메추리알 장조림을 만들던 오전 내내, 신문과 책을 읽던 오후, 그리고 저녁까지 창밖에는 비가 내렸고 지금도 내리고 있다.

 언제가 되든 이 방을 떠날 때가 되면 베란다가 특히 그리울 거다. 한가롭게 주말을 보낼 때면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던 생각이 날 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형 LCD TV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보다 더 멋진 눈과 비오는 하늘, 햇살, 빗소리, 새소리가 전해져오던 커다란 베란다 창문이 그리운 순간도 종종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