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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협관의 서글픈 댄스

thezine 2009. 1. 18. 23:56

상해 칭구이 츠펑루 역 4거리의 교통협관




중국에도 구조조정이란 게 있다.
물론 공산주의 국가 나름의 사회안전망이랄까,
일거리가 없이 놀게 만들진 않는다.

중국의 골칫덩이 중에 하나인 부실국영기업,
그 곳에서 내동댕이쳐진 이들에게 마지막 주어진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일이다.

사람들이 교통안전을 지키도록 호루라기를 불어대지만
아무런 권한도, 권위도 주어지지 않은 교통안전요원들.
(정확한 명칭은 교통협관-交通協管; traffic assistant-이다.)

지금도 많은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상해에는 차가 다니는 길이라면 어디나 저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한 사람,

유난히 과도하게 오바스러운 동작과 열의로,
춤을 추듯,
팔을 휘적휘적대며
신호를 위반한 차나, 사람이나, 자전거에는
똥그랗게 뜬 눈을 부라리던 저 아저씨.


그러나 어쩌다 하필이면 내가 파란불보다 조금 먼저 길을 건너기라도 하면
그 오바스러운 손짓으로 가리키고 땡그란 눈으로
'감히 어디 빨간 불에 길을 건너!' 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볼 때도 있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거야?' 하고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고
시끄럽게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가 조금 불쾌할 수도 있지만
그러는 그의 모습 만큼은 놓치기 아까운 진풍경이었다.


신호위반이 몸에 밴 중국의 행인들,
차와 뒤엉켜 길을 메운 자전거들,
보행자 파란불에도 비보호 우회전으로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차량들.


그 속에서 열심히 호루라기를 불고 눈을 부라려 가며
교통 정리 댄스를 추던 그의 우스꽝스런 모습은,
어찌보면 슬픈 절규에 가깝게 느껴졌다.


'나 아직 살아있어!
나 무시하지 말란 말이야!
나도 한 사람 몫 열심히 잘 할 수 있단 말이야!'



아....





비록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체에서 잘린,
쓸 만한 기술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삶일지라도,
그에겐 지키고 싶은 것이 하나 남은 것 같다.





中山北一路, 赤峰路 4거리에는
아직도 그가 호루라기를 불고 있을까?
.
.


그리고 나는 구경꾼




(사진 및 글: 본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과거에 올렸던 사진 및 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