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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조언

thezine 2009. 7. 31. 19:30

상해 외대 정문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나름 비장한 각오로 중국에 어학연수를 떠난 일이 2004년 2월의 일이다. 물론 막상 중국의 학교에 다녀보니 그렇게 중국에 온 한국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멋적게 됐지만 말이다. 연수를 떠나기 전, 나름 중국에 대해 여러 종류의 책을 구해서 읽어봤지만 막상 중국에서 접한 실생활은 책 속의 이야기들과는 전혀 별개의 상황이었다.(그 책들이 무용無用했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의 대학교에 있어보니 중국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어학연수와 유학생이다. 중국에서는 학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본과'에 다닌다고 표현한다.그래서 보통 '연수생'과 '본과생'으로 부른다. (한국에서 '본과'라고 하면 의대 본과 과정을 떠올리는데 중국 생활을 해보면 학부생을 본과생이라 부르는 데 익숙해진다.) 엄격히 말하면 여기에 덧붙여서 한국에서 학사학위를 마친 후 석박사 과정으로 중국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포함해서 3가지라고 할 수도 있지만 비율로 볼 때 많지는 않다.

 어학연수생들이야 대부분 한국에서 다니던 학교를 잠시 떠나 온 것이고 1, 2학기 후에 한국에 돌아가는 '경험' 정도 차원이지만 본과생들은 보통 본과에 진학하기 전에 기본적인 언어 실력을 쌓기 위해 연수를 먼저 받는 경우가 많아서 중국에서 공부하는 시간은 5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그런데 생각해보면 다른 시기도 다 중요하다.-_-;)에 5년이 넘는 시간을 중국에서 보내는 이들 유학생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느낀 것들, 생각한 것들이 있어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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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이미 몇 년 전 일이기 때문에 중국의 상황이나 유학생 사회의 분위기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실상과 다른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 받아들일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라.


중국?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역사와 문화와 경제를 읽자

 본인이 처음에 중국에 갈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인데, 중국에서 지내다보니 중국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국의 언어를 공부하는데 문화, 역사, 인문학적인 지식이 없다면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오래 전에 중국 문화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에게 추천받은 책들을 읽게 됐다.

존 페어뱅크 교수의 '신중국사' 표지

  중국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시중에 수 많은 책 중에 나름 이름이 알려진 서적을 고른다면 대체로 무난할 거라 생각한다. 존 킹 페어뱅크 교수는 중국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선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본인 자체가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후학을 통해 미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미국적인 시각에서 주로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중국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중국이 워낙에 긴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 책의 분량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특정 시기와 특정 시각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나름의 시각적 한계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가 100점을 주는 책은 아닐 지언정 중국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에드가 스노우 作 '중국의 붉은 별' 표지

  '중국의 붉은 별'이라는 책이다. 저자인 에드가 스노우는 중국 공산당이 초창기에 게릴라 수준의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해서 국민당과 권력다툼에 승리하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권력을 잡기까지의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하고 이를 책으로 집필했다. 이 책에 그려진 공산당의 초창기 모습은 '헝그리'하고 '헌신적'이며 '빛나는 지략'으로 가난하고 헐벗었던 사람들이 결국엔 권력 투쟁에 승리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현재의 중국 공산당의 모습이나 이미지와는 다르긴 하지만, 실제로도 당시 부패한 국민당 정부에 비해 대의명분 면에서 앞서나갔던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 그려진 중국 공산당의 모습이 나름 긍정적이라 느꼈던 것인지 중국의 서점에 가보니 중국어로도 번역이 되어 판매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저자가 지근거리에서 공산당 창립멤버들과의 친분 속에 기록한 책이고, 다수 인물의 일대기적인 성격이 있다. 따라서 분량은 짧지는 않지만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면 스토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쉽고 재밌게 읽히는 책이다.



  우선은 생각이 나는 책 2가지만 소개를 해봤다. 온라인 서점에서 '중국'이란 단어로 책을 검색해보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분량의 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 중에는 단지 검사 같은 전문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관광 몇 번 다녀온 수준인 사람이 쓴 수준 낮은 책들도 많다. 한 번쯤 시간을 내서 서점의 관련 서적을 둘러보다보면 어느 책이 좋은지는 직접 고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중국에서 유학을 했다고 한다면 중국의 근현대사의 큰 줄기는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산당과 국민당의 권력다툼 과정, 현재 중국의 개방 경제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등소평의 남순강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천안문 사태가 어떤 일이었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하는 부분들에 관심을 가져보라.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막상 접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역사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다. 관심을 갖고 읽다보면 드라마만큼, 아니 드라마보다 재미있다. 재벌2세나 불치병에 걸린 배다른 남매가 나오지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론은, '유학생들이여, 책을 읽자!'는 말씀. 언젠가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올 때 누군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이런 건 알고 있죠?'라고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유학생들에게 책읽기를 통한 지식 습득은 너무나 중요하다. 방학에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책 몇 권을 사오거나 중국으로 본인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부탁하는 식으로 늘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기르길 권한다.






네트워크를 만들자! 학생회, 동아리, 그리고 기타등등

 중국에서 유학생은 소수그룹이다. 중국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 중에 숫자로는 한국인이 가장 많다고 하지만, 그리고 중국과 상해 등 대도시의 주요 대학에는 한국인이 발에 치일 만큼 많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 사람이 그렇게 많아보이지만 실제로 평소에 자주 얼굴을 보고 편하게 한담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대개 한국에서는 과동기와 선후배, 동아리 동기와 선후배, 그리고 동호회와 동아리, 종교활동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사람과 친분을 맺을 기회가 있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그런 기회가 제한적이다.
 
 물론 내가 중국에 있을 때만 해도 그 사이에 한인 학생회의 활동이나 이를 엮어주는 영사관의 노력이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었으니 아마 지금은 그때보다도 유학생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기회가 있어도 찾아먹을 능력이 없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과 사람', '동아리 사람'의 범주가 꽤 좁고 그 인원이 한국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유학생 사회에서 한인 학생회 같은 조직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간단하게는 체육회나 친목모임을 개최하는 수준에 머물 수도 있지만 그보다 큰 목표를 가지고 유학생 사회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네트워크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상해외대 한인 학생회 홈페이지

  내가 중국에 있을 때 상해외대 한인 학생회 홈페이지가 생겼다. 호스팅, 도메인 구입, 홈페이지 구축 과정에 전적으로 관여했었는데, 지금은 홈페이지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애정을 갖고 가끔 들어가본다.(사실은 이런 글 쓰다 생각날 때만)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들을 공유하고, 새로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과 기존에 있던 사람들을 연결시켜주고 나중에 졸업 후에는 동문회와 주소록 같은 사업을 벌여서 학생 시절 함께 했던 소중한 인맥들을 잘 가꿔주는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출처: 상하이N

동호회를 통해서 재학 시절에는 운동도 같이 하고 공부도 같이 하고

  언젠가 나이 들어 이런 동창회도 할 수 있을 만큼 네트워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학생회의 역할이 중요할 거란 생각이다.




 취업을 위한 장기적인 대비를 하자

연세대학교 장학취업팀 홈페이지


 한국의 대학교에는 대개 '취업지원실' 같은 명칭과 성격의 조직이 있다. 중국에서 학부 공부를 하는 유학생의 경우에는 이런 체계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학 단위가 아닌 도시나 지역 단위의 학생회, 영사관 등의 연락망을 통해서 한국 기업의 취업상담회가 열리기도 하고 전시회나 컨퍼런스의 통역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알음알음으로 일부 사람들만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유학생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중국 관련 취업 사이트가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곳인데, 그 외 한인회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보는 정보가 적고 한정적인 경우가 많지만 참고를 위해 여러 곳을 알아두고 즐겨찾기를 해두어 가끔씩 들여다보는 것이 좋겠다.






영어와 특기 계발

내용과 무관한 자료사진


  잘은 모르지만 중국 유학생들의 전공도 갈수록 다양해지는 것 같다. 과거에는 '대외한어과'라고 해서 '외국인이 한어(중국어)를 배우는 전공'과 그에 더해서 대학에 따라 대외경제, 무역 같은 전공이 있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보단 전공이 다양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다양한 전공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고 취업을 할 때도 업체에 따라서 전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공부한 학생들도 중국어를 기본적으로 그 외에 어떤 면을 내세울 수 있을지 가급적이면 유학 초반부터 생각을 해보고 조금씩 지식이나 능력을 쌓고 계발하면 언젠가 사회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에 나온 사진은 중국어 검색엔진으로 '영어학원'을 검색해서 찾은 사진인데, 중국 사람들도 원어민 영어 강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학 내에나 대학 외의 기관에서 중국인들이 다니는 회화학원 같은 곳을 찾아서 중국인들과 함께 영어를 공부하면 어떨까. 실제로 어학연수 기간에 알게된 한 후배도 연수를 하면서 가끔 시내의 영어 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란 생각을 했었다. 중국인들과 함께 배우기 때문에 중국인 친구를 사귀고 중국어를 쓸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영어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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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의 경험으로 글을 쓰려니 오래되서 틀린 부분이 많을까봐 살짝 망설이기도 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학교마다, 사람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책을 읽자', '영어를 공부하고 능력을 계발하자', '네트워크를 늘리자'는 요점 자체는 일반적이고 널리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다수는 너무 어린 나이에 독립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그 중에는 부정적인 모습만 모아서 방영하는 '뉴스 거시기'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안타까운 유학생도 있을테고 별 도움 없이도 참 앞가림 잘한다 싶은 유학생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모두가 10년, 20년 후에는 경제활동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을 꿈나무(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들인데, 모쪼록 위의 조언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긴 글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이 내 글을 보기는 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