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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심리

thezine 2009. 12. 8. 23:32
  DAUM 지도에서는 군부대나 발전소 같은 시설은 숲이나 산으로 처리해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 위 지도에서도 용산에 있는 미군기지는 숲으로 표시되어있군.

  이것 때문에 궁금해서 친히 Google Earth라는 걸 깔아봤다. 아... 역시 구글이다 싶은 매끄러운 프로그램...과는 별개로, DAUM 지도에서 숲으로 표시되던 지역에는 위와 같이 시설 그대로를 표시하고 있다. 확대해봐야 그냥 이런 저런 건물들만 있어서 별로 특별할 건 없다. (부산의 조그만 미군부대에서 생활한 터라, 현역시절 방문해보고는 용산미군기지의 거대한 규모에 놀라긴 했었다.)

  내친 김에, 카투사 시절, 카투사로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고 당시 PLDC(Primary Leadership Development Course)라고 불리던 미육군 병장학교 코스를 수료했던 곳을 찾아봤다. 전철로 의정부를 갈 때면 전철에서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때 Camp Jackson이었는데, 여전히 이름은 그대로겠지. 병장학교의 코스 이름은 WLC(Warior Leadership Course)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미육군 병장학교라고 내가 약칭한 이 코스가 뭔고 하니, 미군들이 상병에서 병장으로 진급하려면 수료해야 하는 교육코스다. 당시 세계에 4곳인가? 그 중에 한 곳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일본에 있는 미군들도 이 교육을 수료하러 우리나라로 오곤 했었다. 교육 인원이 제한되어있고 한국 육군에겐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카투사 중 일부만 본 교육을 수료했다. 난 조~오타고 지원해서 선발이 됐었는데, 막상 가서는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하지 ㅆ ㅑ ㅇ' 하는 생각이 절로...--;

 저 작은 곳에서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추운 겨울에 X고생한 생각이 갑자기 나는군. 잠 쫓으려고 머리가 띵할 정도로 하루에 10잔도 넘는 커피를 마시고도 결국 교육 시간에 졸다가 갈굼당하곤 했던...-_-;; 그래도 마지막 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서 우등졸업생 리스트(Commandant's list)에는 턱걸이&체면치레를 했었다.

 사진 왼쪽의 동그란 점은 물탱크탑이다. 부대 뒷산에서 Land Navigation이라고, 지도랑 나침반, 각도기를 들고 내가 있는 위치를 지도에서 찾아내거나 하는 걸 했는데, 그 때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저 물탱크였다. resection, intersection....  PLDC나온 사람들에겐 추억의 지도놀이.... -_-

 캠프 잭슨 식당은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었다. (참고로, 당시 캠프 잭슨은 미군부대 중에서도 음식이 훌륭한 편이었다. 그 외에 음식이 잘 나오는 곳이 JSA였음. 그 깡촌에 있는 애들 음식이라도 잘 먹이는 게 맞겠지.)

 논산훈련소에서 막 건너온 신병들에겐 미국음식이 식사로 나오고 음료대에선 콜라가 콸콸(?) 나오는 이 곳이 마냥 신기했었다. (일반 군부대를 제대한 사람들은 이해가 안갈 것 같다. 군대 식당에서 콜라가 나오고 랍스터가 나온다니.) 특히 이곳 햄버거가 맛이 좋아서 '잭슨 버거'로 불렸는데, 맛은 생각나지 않지만 문득 그리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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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각설하고, 이렇게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인데 국내 사이트인 DAUM은 지도에 표시할 수 없고, 외국 회사인 구글 서비스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개인적으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외국에서 들어온 자본에 대해서는 그런 구분 없이 한국의 금융기업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이 역차별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재벌들의 상황도 비슷한 경우 아닐까.

 한국이든 중국이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을 통제하던 '국가'라는 존재가 이렇든 외부의 힘에는 무기력해지는 지점들이 있다는 건 2009년을 사는 우리들에겐 참 재미있고 아이러니하다.

 이 이야기를 하려던 건데 군대 시절 추억담만 길게 늘어놓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