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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침야활을 기리며 본문
폐인의 기본 조건은 주침 야활이 아닐까 한다. 학생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주침야활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수강 과목이 많지 않고, 모두 오후 늦게 수업이었고, 거주지는 반지하였으며, 밖을 향한 창문에는 비행기 담요를 스테이플러로 박아서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빨라도 두세시에 일어났고, 저녁에 집에 오면 본격적인 밤생활 시작. 게임도 조금은 했지만 스타크래프트 한두게임에 그쳤다는 점 하나는 다행이었다.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로 미드, 영화, 만화책을 보며 긴 시간을 보내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직접 쓴 글과 직접 편집한 사진들로 채웠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적어도 70-80 먹고 은퇴하기 전까진 불가능할 듯한 라이프 스타일.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주침야활이 그 때 뿐이었던 것도 아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도 밤에 불 꺼진 방에서 스탠드만 켜놓고 뭔가를 깨작거리며 밤 늦게 잠자리에 들곤 했다. 동생 친구네 비디오 가게에서 공짜로 빌려온 영화들을 보기도 했고(공/짜, 중요한 키워드다. 공짜 영화를 방학 내내 실컷 보니 영화를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로 볼 수 있었다. 내 돈 주고 다 봐야 했다면 인기 영화 보기에도 빠듯했겠지.) 어릴 때부터 집에 꽂혀 있던 낡은 책들을 펼쳐 읽기도 했고, 용돈으로 산 책(은 거의 소설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 독서량에서 소설 비중이 팍 줄었지만)을 읽기도 하고, 일기를 쓰고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내 글씨 읽느라 힘들었던 친구들, 미안! ㅠㅠ) 낙서도 했다.
꿀맛 같은 3일 연휴를 이미 이틀은 다 보냈고 그나마 하루는 온전히 남아 있다. 아기가 잘 때 같이 자야 체력이 빵빵한 법인데, 막상 아기 재우고 나면 '내 시간이다' 싶은 욕심에 딱히 할 일 없어도 인터넷에 책에... 블로그에.
아무튼 연휴 시작 전부터 오늘까지 늦게 자다 보니 주침야활의 추억이 떠오른다. 나에겐 올빼미 라이프 스타일이 잘 맞는 부분이 있다. 방해받지 않는(...이라고 보통 표현하는, 아마도 undisturbed의 번역 표현인 듯한) 시간을 즐기며 무언가에 집중하기에는 역시 밤이다. 밤이니까 책도 읽고, 블로그도 오랜만에 2연속 폭풍 업데이트도 하고 그런 거 아니겠나.
근데... 머리가 살짝 띵해. 잠도 조금 오는 것 같아. 고기 먹고 입에서 냄새나는 것 같아서 아까 내려서 차에 놔둔 커피 몇 모금 마셔서 잠이 들진 않지만 몸은 피곤한 것 같아. 마음은 주침야활인데 육체는 주활야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