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5일 노는 법 본문

잡담끄적끄적

5일 노는 법

thezine 2013. 12. 30. 02:05

연차 소진 차원에서... 철판 깔고 수목금토일 5일을 내리 쉬었다.


애당초 큰 기대 없이, 할 거 조금 하고 놀고 먹고 쉬면서 보내자 생각해서 그런 건지


일요일이 끝나가도 보통 주말에 느끼는 만큼의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일 출근하면 조직개편 발표 후 달라졌을 분위기에 대한 상상 때문일까,


잠이 오지 않는군.


연초에 수 많은 동료들이 자/타의로 퇴사하고 타 부서로 옮기고


어쩌다 보니 내가 last man standing이 되었을 때도 이랬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 간단한 파티


크리스마스 ; 또 파티


목요일 ; 집 청소


금요일 ; 캐리비안 베이


토요일 ; 오전에 쉬고 저녁엔 다른 가족 초대해서 송년회


일요일 ; 종일 쉬엄쉬엄



간만에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일정 상 포기...


설국열차도 보고 싶었는데 못 봤고, 변호인도 계획대로 보질 못했네.


송강호 영화와 인연이 없나 싶다가 생각해보니 관상은 보긴 봤는데... 애는 어쩌고 볼 수 있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네.



이렇게 2013년도가 저물어가는구나.




아기의 성장 과정에서 '자아가 생긴다'는 시기가 있다.


정확히 자아가 생긴다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 보통 '싫어'를 달고 사는 때를 말한다고들 하는 것 같다.


어제 놀러온 아이를 봐도 그렇고 내 아이를 봐도 그렇고, 내가 요즘 느끼는 '자아의 발생'은 이렇다.


이렇게 하라고 했고 분명히 아이도 그 말을 이해 했는데 돌아서서 몰래 저렇게 하고 있는 경우


뭐라고 했더니 삐진 척, 고개를 돌리거나 푹 숙이거나, 흥! 이나 야! 소릴 내면서도, 장난을 걸면 하하하 웃는 경우


부모가 안된다고 하는 일에는 처음에는 울고 불고 하다가도 두세번 반복되면


안되는 건 안되는 거구나 배우고 그렇게 이해하는 게 보이고,


싫어하던 거(양치질)를 좋아하게도 되고


부모는 버릇 나빠지지 않게 하면서도 잘 구슬리는 법을 배우고


아이는 그에 맞춰 문명인(?)이 되어 가고...



그렇게 자아와 인격과 인지능력이 성장하는 데는 언어 발달이 중심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언어 습득이 느리면 인지 발달도 느려지는 것이고,


김춘수 시인의 시구가 떠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이름'과 '존재'를 연관지어 생각하며 아이는 성장하나보다.


토끼띠 딸내미는 그렇게 하루 하루 새로운 것들의 이름을 배우고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내년 5월이면 말띠 아들내미가 육아의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겠지.


그날 이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ㅎㅎㅎ



이렇게 먼 일들만 생각나는데,


바로 내일 할 일 같은 건 별로 걱정 안되는데 왜 잠이 안 오는 건지.


그래도 옛날 같으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세네시도 금방이었지만 요즘은 금새 졸음이 밀려온다.


이적요 시인의 말처럼 '나의 늙음이 잘못으로 인한 형벌이 아님'에도 옛날보다 쉽게 피로한 건 어쩔 수가 없다 ㅎㅎ


옛날에 PC통신 시절에는


집에 오면


잠이 안 오면


컴퓨터를 보면


씻고 나면...


만만한 게 01410 접속이었는데,


이젠 그나마 내 블로그 정도이고


딱히 생각나는 온라인 공간이 없다는게 새삼 아쉽네.


친한 사람부터 거래처를 망라하는 페이스북과 비교할 수 없는,


그 시절 나우누리의 아늑함이 문득 그립다.




'잡담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장재개  (0) 2014.03.28
책 읽는 습관  (0) 2014.01.15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는 일  (0) 2013.12.24
집필  (0) 2013.12.13
맥도널드 할머니의 편지, 혹은 그렇다고 전해지는 글  (0) 201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