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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책 읽는 습관

thezine 2014. 1. 15. 01:25

어릴 때 좋아하다 언젠가부터 좀 멀어졌다 싶었다가 다시 어느 순간 책을 읽게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 지낼 때, 한국 책을 구한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데 어쩌다 보니 귀국 할 때쯤엔 작은 책꽂이를 가득 채울 만큼 책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떤 사람은 다 나눠주고 버리고 오기도 하는데 다시 보는 경우는 드물지만 왠지 책은 버리기가 어렵다. 바리바리 싸들고 그닥 비싸지 않은 우체국 소포로 한국으로 모두 부쳤더랬지.


얼마 전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어지간한 물건은 버리자 싶어 꽤나 많은 물건들을 내다 버렸지만 그 중에서 책은 한 서너권밖에 안 버렸다. 박근혜 전기? 같은 책과 이명박 시절 쇠고기 파동으로 물러난 정운찬 전 장관 자서전하고 한두권 더 버린 것 같다. 정치인 자서전과 전기 상당수가 그렇지만 이 책들도 누가 거저 준 책인데 그래도 한 번 읽어보려다 조금 읽어보니 버려도 될 것 같아 버렸다.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식민지 근대화론을 집대성한 책과 박노자의 분노 어린 만연체의 책이 나란히 꽂혀 있다. 도올 김용옥의 성서 강해서 옆에 벽암록이 놓여 있다. 잡식성 독서 편력이다.


잡동사니가 물러나고 한결 보기가 편해진 책장 앞에 앉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고 싶다. 의자에 허리 꼿꼿하게 앉아서 읽고, 의자에 기대 반쯤 누워 읽고, 바닥에 엎드려 읽고, 바닥에 앉아 벽에 기대어 읽고, 베개를 가져다 놓고 누워 기대어 읽고 싶다. 어떤 책은 단숨에 읽어내려가고, 어떤 두꺼운 책은 (대표적으로는 '교양인'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 인간' 시리즈) 여러 날 걸려 드디어 끝까지 다 읽은 어느날 책 맨 앞 부분을 들춰 보며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하며 기억력을 탓하기도 하고. 그리고 내 멋대로 해석하고 느낀 점을 블로그에 끄적이고.


출근길에 전철에서 책 읽는 것 말고 이런 책읽기를 하고 싶어졌다. 먹고 읽고 자고 읽고 싸고 읽고 운동하고 먹고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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