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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쭝궈,듕귁

중국의 온도계

thezine 2015. 12. 10. 23:32
중국의 상해나 더 더운 지방에서 섭씨40도가 넘을 경우 학교나 회사가 휴업을 해야하는데, 아무리 더워도 '공식 온도는 39.8도쯤에서 더 올라가지 않더라는 이야길 들은 적 있다. 이번 중국의 미세먼지 적색경보는 뉴스에도 나왔는데, 아마도 실제 적색경보 기준은 진작에 일상적으로 달성(?)했을 것이나 이번엔 먼지가 독해도 너무 독해서 당국도 마지못해 적색경보를 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구한 이번 북경 공기 사진이다. 가본 사람들은 이게 스모그가 좀 심하다 하는 수준이 아님을 알게 하는 어마어마한 미세먼지. 온갖 오염물질이, 전용 마스크가 아니면 거를 수도 없는 미세한 크기로 날아다니는데,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병으로 드러날 것 같다.

오래전 첫째가 돌도 되기 전, 잠깐 북경에 데리고 가서 천안문, 왕푸징, 만리장성 같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북경에서도 천안문 앞은 사잇길에서 대로변으로 나오는 순간 코가 따가울 정도로 공기가 안좋았다. 너무 공기가 나빠서 급하게 인증샷만 찍고 다시 골목길로 피신하니 그나마 좀 살만 했지. 말을 하면서 다니면 입에서 모래가 씹히고 사진에서처럼 하늘이 뿌옇다. 도망갈 곳은 실내뿐.

예전에 한 미국 외교관인지 주재원인지 누군가가, 이런 곳에서 가족을 살게 할 수 없다고 사표를 내고 귀국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이제 홀짝제니 공장 강제 조업 중단이니 하는 조치 끝에 적색경보는 해제되었다지만, 북경과 천진 같은 곳은 앞으로도 사람이 살면 안되는 공기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적색경보가 해제되었다고 해서 다 괜찮아졌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40도까지 오른 건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없겠지만, 앞으로도 중국 당국의 공식 온도계는 40도까지 올라가지 않을 것이고 오염측정장치의 바늘도 여간해서는 적색경보구간을 가리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북경 미국대사관 홈페이지의 오염수치를 더 신뢰하면서 출퇴근길에 방독면을 쓰는 괴상한 풍경을 보여주겠지.

도시 곳곳에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나만 하는 걸까? 북경 인구가 주변 지역까지 합쳐서 한국 인구 비슷할텐데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공기가 좋아지길 바래본다. (그나마 대기오염은 오염원만 없어지만 회복은 아주 빠르긴 하지만... 그게 쉬우면 아직도 저러고 살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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