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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마음의 모드

thezine 2019. 2. 8. 00:03
아침에는 음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뉴스나 웹서핑 같은 단편적인 글을 읽을 때 그나마 집중이 된다. 요즘은 다시 멀어졌지만 TED 강연을 듣기도 했었다.

저녁시간에는 음악을 들으면 아침과는 달리 일단 귀에서부터 대환영을 하는 느낌이다. 아침에 음악을 틀면 '좋은 줄은 알겠는데 지금은 땡기지 않는 음식을 누군가 들이미는 것처럼' 밀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저녁에는 아침과 똑같은 이어폰에서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이 나오는 느낌이다.

출근과 퇴근 시간에 달라지는 마음 상태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퇴근시간에는 마음이 가벼울 테니까.

잠자리에 들 때면, 누구나 권하는 것처럼 핸드폰 불빛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데, 이 나쁜 습관을 잠자리에서라고 버릴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나마 아이들 잠에 방해가 되지 않는 E BOOK을 읽을 때가 많다. 아예 침대에서 나와서 E BOOK READER로 읽으면, 그 화면 차이가 뭐라고 훨씬 글이 잘 읽힌다.

얼마 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문장문장에 깊은 사유와 통찰과 의미를 묻어놓아서 대충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자기개발서처럼 속독하며 읽으면, 읽는 의미가 없는 그런 책. (물론, 자기개발서 중에 도 정독이 필요한 책도 있다. 번역을 엉망으로 해서 문장이 부자연스러운 책이 특히 그렇다.)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소설은 일종의 감정적 소비인 것 같다. 종류는 다르지만 분위기가 음울한 영화도 그렇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날에는 차분하고 무거운 소설이나 슬프고 우울한 영화 같은 것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기분, 아침과 저녁과 새벽의 시간 변화, 출장이나 야근 같은 업무 사이클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마음의 모드'의 스위치들을 껐다 켰다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음의 모드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독서든 음악이든 가벼운 유튜브 클립이든.



그리고, '마음의 평화' peace of mind는 시간대나 상황과 같은 '원인'보다는, 그것들에 의해 얻어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결과'에 가깝다.

불행한 가정이 불행한 원인은 아주 다양하고 모양도 가지 각색이지만, 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한 모습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것을 갖고 있다 해도, 단 한가지만 어긋나면 행복은 쉽게 무너진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모든 것이 그럭저럭 크게 망가진 구석은 없어야 그럭저럭 살만한 삶이 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두가지 어긋난 것 때문에 나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정의하지 말자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었을 때 진심으로 미소 지으며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말하고 살기는 어려운 일이겠지.

아무튼 마음의 다양한 모드에 따라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거나 가십성 웹서핑을 할 수도 있는데,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을 때는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명상을 할까, 기도를 할까, 운동을 할까, 좋은 어떤 생각을 할까, 게임기를 지를까.

 '리비도가 제거된' 편안한 상태란 것이 결국은 욕심을 버리고 모든 걸 내려놓는 마음가짐과 같은 말일지 모르겠다. 일생의 진리를 깨우쳤다고 조언해주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 20대 혈기왕성한 젊은이는 드물다. 인생 경험이 길어야 인생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 수 있다. 자살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사회적으로 한창 왕성한 연령대인 30-40대라는 어떤 글을 보았는데,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큰 만큼 좌절과 고통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에 다가갈 수 있을까, 마음의 모드를 바꾸면 되는 걸까, 명상 같이 뭔가 액션을 취하면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하며 글이 마무리가 되지 않네 하고 생각하다 보니, 글을 쓰고 마무리 지을 고민을 하면서 근심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다. 근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조금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애초에 왜 마음이 무거운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으니 뭘 잊어버린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은 편해졌다. 아주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화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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