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본문

잡담끄적끄적

이 또한 지나가리라

thezine 2020. 3. 28. 00:31

아직 시시 때때로 쌀쌀하긴 하지만 후드티 하나 걸치면 창문을 열고 있어도 그럭저럭 괜찮아졌다. 맹렬한 추위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었고 한낮에는 확실히 봄 하늘.

오래 전 어떤 후배 집에 갔는데, 동향 베란다에 별다른 것 없이 편해보이는 의자 하나 뿐이었지만 그냥 앉아 책을 읽기엔 참 좋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가끔은 내 집에 내 공간이 없구나 느끼기도 했는데 가구를 두어번 옮기는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게 베란다에 내 자리가 다시 생겼다.

학생 시절, 막차 시간만 생각하며 쫓기듯 놀다가 돌아온 늦은 밤, 잘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탠드 불만 켜놓고 하루를 마무리하던 순간이 다시 돌아오려면 더 긴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베란다에 앉아 늦은 밤 맥주가 됐건, 차가 됐건, 독서가 됐건, 그냥 멍때리기가 됐건, 그러기에 좋은 계절에, 그러기에 좋은 공간이 생겼다.

봄과 가을은 일부러 쫓아다니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지 않으면 사무실에 앉아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되면 지금처럼 쾌적하진 않겠지. 괴로운 순간들이 그런 것처럼, 이 좋은 순간도 또한 지나가겠지.

'잡담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치  (0) 2020.07.08
carry on  (0) 2020.06.24
임시직원의 아이러니  (0) 2019.12.09
고다꾜  (0) 2019.11.19
아이의 언어  (0) 201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