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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일본회의의 정체

thezine 2021. 11. 15. 00:01

이 책도 띄엄띄엄 읽어서 일목요연하게 요약하기는 힘든데, 큰 줄기는 아래처럼 한줄씩 적으면 이해가 될 듯 하다.

- 일본의 자민당과 우파 정치를 관통하는 '일본회의'라는 조직이 있다. 정당도 아니고 일종의 포럼 같은 조직이지만, (이 책 출판 당시 기준)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자민당과 우파 정당의 원내 정치인 대부분이 적을 두고 있을 만큼 커다란 조직이다.

- 정치인을 제외하고 이 모임의 주축은 종교단체이다. 일본 전국 8만개에 이르는 신사, 그리고 생장의집이라는 종교단체가 관여되어있다. 생장의집이라는 종교단체는 20세기 초반에 상당한 세를 불렸고 그 창시자가 우파 정치의 이론적인 기반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이 종교단체는 교주의 세대교체 이후 정치 참여에서 멀어졌다.

- 전국에 그 많은 신사들을 총괄하는 곳은 신사본청이라고 하는데 신사본청은 일본회의가 각종 정치적인 아젠다로 서명운동, 퍼레이드, 궐기대회 같은 행사를 할 때마다 자금과 인력과 장소를 협조하는 관계이다.

- 신사는 종교기관이기도 하지만 일본 극우들의 정신적인 지주이기도 하다. 극우파들이 제정일치, 정교분리의 거부 같은 (우리가 보기엔 이질적인) 주장을 하는데, 극우 운동과 신사 본청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알면 그 성격이 이해가 된다.

- 천황을 섬기고 일본의 문화(?)를 지키고 신도의 교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극우의 주장들이다.

- 이 정도 되면 신사, 신도라는 종교는 우리가 보통 이해하는 종교와는 조금 차이가 있어보인다. 일반적인 종교의 모습도 있지만 한편으론 20세기 초중반, 일제시대와 2차대전 전후의 일본이라는 나라와 개인이 저지른 행동들이나 그 저간의 정신상태가 지금도 일본 우파의 심리 속에 똑같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 그들의 마음에는 미군정 GHQ의 지배 하에 제정된 헌법이 졸속으로 일본의 전통과 주권을 무시한 잘못된 첫단추인 것이다. (한국에서 실시된 군정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의식과 비슷한데 뭔가 생각의 방향이나 시선이 다르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다.)

- 물론 일본회의나 일본 극우파가 모든 일본인의 의식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일본의 선거제도나 정치 문화를 봤을 때 극우파가 득세하는 구조는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될 것 같다. 얼마 전 자민당이 총선에서 대승한 것도 그렇고, 일본의 경제 상황이 안좋은 와중에 지속적으로 중국과 한국이 성장하는 모습에 위기감을 느낄수록 극우 정치인들은 외부의 적을 공격하면서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려 할 테니까 말이다.

- 책을 읽으면서 재밌던 부분은, 때가 어느 땐데 일본에서도 아직도 공산주의의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종종 거론된다는 점. 옛날 우파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공산주의나 좌파 운동에 대한 반동 작용도 언급되었지만 현재 일본 정치인들조차도 (옛날만큼은 아니겠지만) 공산주의에 대적한다는 개념이 남아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극우파의 특성 상(?) 나름 확신범적인 마인드도 강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제 이미 죽고 썩어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사라져버린 20세기 냉전의 추억을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도 인지부조화 속에서 그마저도 사그러지겠지만.

- 이해하고 동화되고 싶진 않아도 '그런 사상이 그렇게 생겨나고 성장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인지하고 판단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나와 전혀 다른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나야 그냥 호기심으로 읽었지만 죽으나 사나 일본의 이웃으로 사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정치인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듯 하다.

- 2차대전 전쟁사를 접하면서 가끔 느낀 점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극우파들은 천황을 앞세우고, 추대는 하는데, 실제로 천황을 떠받들고, 권력을 부여하고, 신격화하고 하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종교와 유사한 극우적 심리의 정신적 구심점이자 구호가 필요할 뿐이지, 실제 천황이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정신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