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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파도수집노트

thezine 2022. 12. 23. 14:44

'파도수집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전에 우연히 먼저 접했던 아래 '하와이하다'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


하와이를 좋아하니 하와이가 들어간 책이 눈에 띄면 일단 펼쳐보는데, 회사 도서 코너에서 우연히 읽은 책이다. 부부가 모두 미술 전공에 삽화나 교재 만화 그림 같은 일을 하니 외국에 살면서도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는 복 받은(?) 부부인 것 같다. 하와이 생활에 대해 부인이 쓴 이 책의 삽화는 남편이 그렸다.



생각지 못하게 부기보드라는, 그림처럼 서핑보드보다 훨씬 작은 보드로 파도를 타는 취미에 푹 빠진 남편과 본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와이 생활이 주제이지만 부기보드 이야기도 전체 이야기의 몇 할 정도는 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낸 취미였던 것 같다.


남편 이우일 작가의 그림체는 (교재나 학습만화에서는 그림체가 다르겠지만) 대략 이렇다. 이번에 읽은 '파도수집노트'에도 이런 그림체의 삽화와 그림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한 권 다 읽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이번 서평을 쓰려다 찾아보니 신혼여행도 책으로 펴냈고, 생각보다 부부가 함께 여러 책을 출판한 것 같다.

부기보드에 빠져서 한 겨울에 두꺼운 겨울 수트를 입고 제주, 동해, 서해 바다에 가서 손가락 끝이 얼 것 같았다느니 하는 자질구레한 생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그 사이 사이 작가가 느꼈던 삶의 이치가 이렇고, 50을 넘긴 나이에 바라는 꿈이란 이런 것이고 하는 생각 거리, 이야기 거리들이 적당히 녹아들어있다.

파도를 한참 타고 나오면서 배운 것들이나 고칠 것들을 기억하려고 메모를 시작했다는데, 저자의 노트에는 부기보드 서핑의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 더 많이 남았던 것 같다.

살면서 때때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메모를 했다면 작은 쿠키가 모이고 쌓여서 언젠가 쿠키 상자 한 상자 분량이 되어가듯 책 한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게으름이건 관심 부족이건, 그런 이유로 생각 거리들이 증발되어 없어진 것들이 아쉽다. 그렇게 떠오르는 생각들은 장작이 아니라 종이에 붙은 불처럼 순간 타오르고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물론 작가의 그림 실력이나, 삽화 만화 캐릭터(작가 본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캐릭터가 주고 받는 대화가 단락마다 만화로 등장한다.)의 웃기고 재치 있는 대사에서 느껴지는 위트가 모여서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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