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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눈감지마라

thezine 2023. 2. 4. 14:24

  저자는 지방대의 교수이고, 저자가 실제 접하고 경험한 지방대 20대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한다. 원래는 신문에 연재한 짧은 이야기의 모음이었는데, 연재가 이어지면서 주제도 다양해지고 무거워지고, 책으로 엮으면서 수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본문에 '면 소재지에 있는 모교'라는 표현이 있다. '면 소재지에 있는 학교'조차도 가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어디에선가 지방대 폐교에 대한 영상이나 사진에서 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학교 앞에는 번화가라고 할 만한 것은 없고 약간의 하숙집, 원룸, 식당, PC방만 있는 조용한 동네, 그러다가 학교가 폐교되면서 그마저 흉가처럼 변해버린 동네의 이미지.

주인공은 변변한 대학으로 쳐주지도 않는 '모교'를 졸업하고 '취준'이라는 '미래'를 위해 '편의점 알바'나 '배달 알바'라는 '현재'를 살아간다.

이 책은 '모교'를 졸업한 후 꼭 필요한 몇 십만원, 몇 백 만원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모를 떠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할 것 같은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두 동창 친구의 이야기다.

가족도, 모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나마 친구에게 살짝 기대어 살아가는 이 청춘들의 고달픈 20대의 삶이 대한민국에서 어느 정도일까. 평균일까? 그보다는 훨씬 못한 유독 어려운 청춘들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흔하디 흔한, 평균 언저리의 다수의 이야기일까?

그리고 사람이란 존재는 백분위 어디쯤이건 간에, 그 중에도 상대적으로 잘 헤쳐나가는 사람, 그 중에 조금이라도 상황이 좋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인생이 흘러가는 방향이 많이 달라지는, 이 책은 그런 내용이다.



예전에 신입 공채에 면접관으로 참여해서 많은 이력서를 읽고 많은 사람을 면접장에서 만난 적이 있다. 스펙에 비해서 더 나은 사람, 못한 사람, 여러 20대를 만났는데, 부서 별로 한 두 명만 뽑다 보니 조금 부족하건, 많이 부족하건, 떨어진 친구들에겐 차이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그 중에 일부는 맥주 한 잔 사주면서 이력서는 이렇게 바꿔봐라, 면접은 이렇게 준비해봐라 이야기해주고 싶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때도 이렇게 취업 문이 좁아진 세상에 내던져진 20대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는데, '눈감지 마라'의 청춘들에 비하면 그래도 유복한 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대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 로맨틱 코미디나 액션 영화가 대부분인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매일 매일 길거리를 걸으며 스쳐가는 20대의 모습인 것 같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 알바의 표정이 어두운지 아닌지 괜히 궁금해지게 만든 책. 알바생에게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혔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책. 생각보다 많은 대한민국 20대의 이야기일 것 같아 안타깝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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