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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thezine 2025. 4. 20. 14:37

 


이 책은 무엇이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가 되게 만드는가, 서구 국가와 비서구 국가의 차이는 어떤 이유로 생겨난 걸까 라는 주제를 다룬다.

흔히 인종적인 타고난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정치적 올바름 외에는 대체로 역사, 사회, 경제적인 발전 과정을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인종적인 차이는 결과일 뿐 원인으로 볼 만한 근거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한마디로 하면 국가는 포용적인 사회, 경제제도를 갖추어야 발전하고 번영한다. 포용적인 제도에서는 부, 기회를 소수 특권층이 독점하지 못한다. 왕이, 소수 귀족이, 소수 독점 상인이 부를 독점, 과점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기회가 더 넓게, 마침내는 모든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되어야 경제가 번영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 여러나라가 예시로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유럽의 번영의 시작이 된 영국의 예시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의 왕조가 유달리 민권의식이 투철해서도 아니고, 영국 시민사회가 유달리 풀뿌리 시민의식이 발달해서도 아니었다.

왕은 전쟁을 위해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그 전에는 유명무실했던 의회의 권한을 인정해주고, 이로 인해 왕에서 소수 의회 귀족으로, 다시 더 많은 이권 그룹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권리가 더 널리 보장되는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민주주의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다양한 그룹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기에 더 많이 이들에게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부가 분배되고 경제는 더 많이 성장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단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포용적 제도 변화의 수혜자들은 본인들이 새로 얻은 기회를 독점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했지만, 제도 자체가 더 많은 계층과 그룹의 이해를 대변하고 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탔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좁은 범위에 머물지 않고 더 넓게 퍼질 수 있었다.

 

 기존에 권리를 독점한 계층은, 절대왕정의 왕이나, 아프리카 신흥국의 군벌이나, 아시아의 군사 정권이나 하나같이 사회의 성장보다는 자기가 속한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마련이다. (중국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고속 성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수의 이익을 보호하다보면 성장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고, 반대로 기존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서 사회는 버전업이 된다. 보통 말하는 창조적 파괴.

 

 제목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이지만, 반대로 '누가 성공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세상이 어때야 한다'는 아젠다에 집중하는 주장도 의미 있지만, 이렇게 최대한 객관적인 역사적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어때야 한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백신이 질병을 유발한다는 식의 뇌피셜이 사회적으로 오피셜로 인정받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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