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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도해 타이완사(史) 본문
타이완(대만)의 역사책이다. 처음 대만 역사책을 읽던 무렵에 호기심에 여기저기 물어보니 대만인들은 중국 대륙의 역사를 배웠다고 했다. 하나라, 상나라.... 수, 당, 송, 원, 명, 청으로 이어져서 지금은 대만에 자리 잡았지만 결국 중국은 하나라는 국민당 지도부의 생각이 투영되어서, 대만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의 언어, 문화, 역사는 배울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대만어를 학교에서 쓰면 학생을 벌했다고도 한다. 대만에 대한 역사책을 읽기 전에 대만의 역사가 궁금하던 무렵, 주변에 대만의 역사를 물어보면 '대만의 역사를 중국 역사와 구분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었다.
이후 대만 역사책 (https://thezine.tistory.com/79 )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도 대만을 중심으로 대만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선사시대부터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처음 당선되던 무렵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은 차이잉원 총통이 이미 연임을 마치고 2024년 퇴임했고, 이어서 같은 민진당 출신의 '라이칭더'가 총통으로 취임했다.
대만은 한국보다 더 긴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의(1895~1945) 식민지였고, 이후에는 국민당 정부에서 48년이나 되는 시간을 계엄령 하에서 보냈다. (1949~1987) 그동안 대만의 일본 식민지 경험이라는 한국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나를 포함한 한국인의 관심사였던 것 같은데, (지금 시국이 시국인 만큼) 책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계엄령 해제, 직선제 도입과 같은 부분이 이번엔 유독 인상 깊다. 대만의 계엄령은 중국이라는 적의 존재를 배경으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었는데, 한국의 60-70년대는 공식적인 계엄령 선포 없이도 대만 못지 않게 감시, 억압, 통제가 당연한 시대였다.
현대사에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옛날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 관계가 있었던 것 같고, 지금은 반도체 산업 경쟁 관계로 비교되고 있고, 옛날에는 대기업 중심/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비교하기도 했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경쟁관계였는지 어땠는지 잘은 모르는데, 옛날 옛적 대만에 혼자 여행을 가서 만난 한국인들 중에 디스플레이 설비회사 직원이 있어서 막연히 생각한 것. 한국 설비 업체가 대만에도 진출할 정도로 양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도 하고 활성화되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이 책은 몇 명의 학자가 공저한 책이다. 마지막 부분의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현대 정치사를 논하면서 국민당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장개석(장제스)의 독재, 그리고 이를 이어받아 억압적인 제도를 대폭 완화하며 좋은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마찬가지로 독재자였던 장경국(장징궈, 장개석의 아들)에 대해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참고로 대만은 국민당의 장기 독재, 독점에서 2000년도에 처음으로 민진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었고,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 8년 재임 후 다시 국민당 마잉주 총통이 다시 정권 교체 후 8년 재임, 이후 차이잉원 정권 교체 8년 재임 후 이번에는 정권 교체 없이 다시 민진당이 집권 중이다. 국민당은 대체로 친중국, 민진당은 대체로 친독립 성향으로 보인다.
마잉주 총통은 처음 집권을 위한 선거운동 시기에 대만 배낭 여행 중이었는데, 당시 TV토론회를 보고 이명박의 747을 따라한 633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마잉주 집권 시기에 중국과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고, 대만 기업이 다수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대만 경제가 공동화를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는 마잉주가 이 과정에서 밀실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국민의 대대적인 반대를 겪었던 것도 소개하고 있다. 따지고 들면 여러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국민당은 지금의 국힘당의 전신이었던 당들과 이래저래 비슷한 면이 많이 보인다.
이 책은 EBOOK으로 읽었고, 이 책도 참 오래 걸려서 읽은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대만 역사책보다 최근에 나온 책이다보니 아무래도 편집, 디자인이 더 깔끔하다. 언어적인 특징인지, 중국어를 번역한 책에서는 어색하고 읽기 힘든 번역체 문구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읽기 쉬운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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