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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긴 하루 본문
THE LONG DAY CLOSES
No star is o'er the lake
Its pale watch keeping
The moon is half awake
Through gray mist creeping
The last red leaves fall round
The porch of roses
The clock hath ceased to sound
The long day closes
Sit by the silent hearth
In calm endeavour
To count the sounds of mirth
Now dumb for ever
Heed not how hope believes
And fate disposes:
Shadow is round the eaves
The long day closes
The lighted windows dim
Are fading slowly
The fire that was so trim
Now quivers lowly
Go to the dreamless bed
Where grief reposes;
Thy book of toil is read
The long day closes
시계 소리가 멈추고 The clock hath ceased to sound
운명에 따라야 하는 시간, And fate disposes
꿈을 꾸지 않을 마지막 잠자리로 향하는 시간. Go to the dreamless bed
그곳에서 '슬픔'은 영원한 휴식에 잠긴다. Where grief reposes
평생의 고단함과 수고로왔던 삶의 이야기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Thy book of toil is read.
1926년에 시작된 할머니의 인생, 그 긴 하루가 끝났다. The long day closes
남성합창단에 들어가서 처음 연습한 곡 중에 가사가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하는 THE LONG DAY CLOSES라는 노래가 있다. 그땐 그냥 '가사가 좋다'는 느낌 정도였는데 나이가 들어 곰곰히 읽어 보니 인생의 마지막 도착지, 죽음에 대한 가사였다.
일회용 기저귀를 하루 밤에도 열 장씩 쓰고 버리는 지금과 달리, 외할머니는 일일이 천기저귀를 갈아가며 한겨울 초가집에서 아기를 품어 8남매를 기르셨다. 큰 아들(큰 외삼촌)의 환갑'잔치'에서 돌아나오는 길에 할머니는 자식의 늙음에 속상해하셨다. 그 큰 아들을 사고로 먼저 보내시고는, 고향의 옛날 친구 분들도 먼저 하나 둘 세상을 떠나셨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할머니는 고향집을 떠나서, 자식 외에는 친구도 친척도 없는 이모댁에서 말년을 보내셨다. 여행도 좋아하시고 손주들의 연애사에도 관심 많으셨던 할머니는, 그렇게 고향을 떠나 사는 생활에서 인생에 대한 애착을 조금씩 잃어버리신 것 같다. 엄마와 이모들이 수시로 찾아뵙고 돌아가며 집에도 모시고 나들이도 다녔다. 하지만 말년에 겪으신 경증의 치매도 인생에 대한 애정을 서서히 놓아버린 것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장례를 마치고 외가 고향집을 한 바퀴 돌자니 '이제 이곳에 올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들었다. 마지막 몇 달은 힘 없이 침대에 누워만 계셨지만 외할머니는, 엄마의 엄마는, 그 자체로 자식들과 손주들의 고향이었다. 외할머니가 떠나시니 시골 동네 정겨운 마을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고향의 느낌은 사라진 것 같았다. 어머니와 이모들은 그 산 언덕에 할머니의 유골과 함께 고향도 묻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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