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본문
그 옛날 놈놈놈으로 불렸던 어떤 영화 제목과 대구를 이루는,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웹서핑을 하던 중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모두 가보는 유튜버 이야기를 본 순간 찾아오는 '아 이거지' moment.
'돌아다니고 구경하고 소개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썰 푸는 것'. 뭔가를 하면서 대단한 희열은 아니어도, 가슴 깊은 곳에서 아주 희미한 맥박으로나마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낼 모레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 느낌이다.
하긴, 이런 일이라면 좋아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긴 하겠다. 최저임금 줄래 해도 저요저요 줄을 서겠지. 저런 영상을 찍는다고 누구나 다 조회수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보는 유튜브 영상 중에 제일 많은 건 아마도 캠핑 영상일 텐데, 가끔씩 알고리듬이 신예 캠핑 유튜버를 추천해줄 때가 있다. ('너 캠핑 자주 보지? 얘도 한 번 봐봐' 하는 느낌인데,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징이겠지만, 10년 된 100만 유튜버든 한 달 된 100 유튜버든 오프닝만 봐서는 구분이 안될 때도 많다. 계급장 떼고 붙기 좋은 플랫폼이긴 하다. 반대로 기성 유튜버들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일 테고.)
그렇게 새로 소개받은 유튜버 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캠핑 유튜버를 시작했다던 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뭔가 장비나 편집이나 각 잡고 시작한 느낌이었지만, 그렇게 우연히 본 그 영상 외에는 그 이후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캠핑 영상을 많이 보기 때문에 여전히 근근이라도 활동을 한다면 추천 영상에 떴을 것 같은데 한 번도 못본 것 같다.
그 아저씨는 캠핑을 좋아했을까, 영상 제작을 좋아했을까, 아니면 회사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었을까.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장 장소들을 돌아다닌 저 유튜버는 이렇게 돌아다니는 일이 즐거웠을까?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을까? 저 일을 하면서 설레었을까?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잘 하는 일을 좇으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보통은 잘 하는 일을 어느 정도는 좋아하기에 잘 하게 된 것이므로, 잘 하는 일이라면 상대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도 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일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선택하기라는 프레임이 익숙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좋아하는 일도, 잘 하는 일도 둘 다 그저 그렇고 딱히 마땅하지 않은 경우가 더 흔하다. 장수시대가 된 만큼 이 나이에 진로 고민을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물어보지 않아도, 굳이 그러지 않아도, 어떻게 살 것인지 많이 물어보고 있다. 그럴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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