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겨울 (2)
theZINE
산책 겸 운동을 한다고 오밤 중에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는 길만 다니자니 지루하고 늦은 시간에 골목길을 다니자니 알지도 못하는 길을 밤 늦게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메고 다닐 수도 없다. 그래도 동네 근처에 새로운 길들을 몇 개 새로 개척했다. 낮이었으면 더 골목골목 돌아다녔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쉽다. 아직 길에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남자가) 지나가는 게 신경쓰였을 동네 부녀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속도를 올려 부지런히 지나쳐 걷느라 추운 날씨에 땀도 살짝 났다. 동네(라고 하니 아주 가까운 곳들 같지만 버스 3-4코스 정도 거리의 곳들 포함)에 내가 알지 못했던 음식점이나 골뱅이집(이곳에도 생각외로 골뱅이집이 여럿 있다.)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걷는데, 문득 무수한 집들의 창문들이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다. 어제(목요일 12.4) 저녁부터 몰아치는 찬 바람 때문에 아무 문이라도 문만 보이면 열고 들어가고 싶어지는 것이 겨울지만, 역시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어릴 적에 서울도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던 일이 있었다. 눈이 펑펑 와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날 그 넓은 길에 사람이라곤 볼 수 없었던 을지로 큰 길을 걸었던 기억처럼, 다락방의 먼지 쌓인 상자를 열어볼 때와 같은 기억들도 되살아난다. (글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때 함께 을지로를 걸었던 녀석은 한두살 어린 남자 후배였고, 더군다나 연애와는 거리가 먼 청소년 시절이었다.) 겨울은 춥고 고독하지만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썼던 신영복의 글에서 사람들의 생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