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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북로의 통행량을 보면 그날의 분위기를 조금은 알 수 있다. 오늘처럼 날이 좋은 날은 나들이가는 차가 많은 것 같다. 평일이긴 하지만 징검다리 연휴로 쉬는 사람들이 많은 날이라서일까. 마포대교근방이니 놀러가는 사람들은 주로 일산방향일 거라고 가정하고 판세를(?) 보곤 한다. 남향이라 한 겨울에도 오늘처럼 볕이 좋으면 보일러를 꺼도 낮에는 덥다. 밖은 엄청 춥다는데 집에서 보면 따뜻할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러나 현실은 아기와 식구들 모두 낮잠든 사이 차 마시며 책 보는 낙이 전부. 우아하게 살기 힘들다ㅎㅎ
날이 참 맑고 좋았던, 선선한 바람까지 불던 지난 토요일 오후,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늘 2호선만 타다가 7호선을 타니 참 쾌적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7호선을 타니 2호선은 (1호선보다는 낫지만) 북적대고 낡은, 마치 판자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 키가 작을 때는 2호선만 창문이 아래까지 길어서 밖을 볼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이제는 2호선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창밖이 보일 만큼 키가 커버렸다. 전철을 타고 다닐 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역시나 한강을 건널 때다. 의정부나 인천에 사는 사람들은 청량리나 서울역을 지나면서 1호선이 지상으로 올라올 때가 가장 좋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7호선이 뚝섬유원지에 가까와오면 한강을 건넌다는 기억이 나서 일치감치 전철문 옆에 서서 사진..
토요일 아침이면 공용 세탁기가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 연휴 첫 날, 첫 스케줄은 빨래하기. 창문으로 볕이 들기에 건조대를 일부러 볕이 드는 곳으로 옮겨놨다. 그러고 보면 빨래를 볕에 말린 것도 오래전 일이다. 연휴라서 그런지 평소 주말보다 모든 것이 조용하다. 서울 사람들이 우루루 가족을 만나러, 아니면 놀러 떠나버린 요즘이 아마 1년 중에 길거리에 차가 가장 적은 날이 아닐까.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점심식사로는 된장에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 밥을 비벼먹고 설거지를 하고... 손에 물이 마르질 않는다. 주부습진이 왜 걸리는지 이해가 간다. 한참 부산을 떤 후에야 드디어 가만히 앉아 쉴 시간. 좀 조용히 앉아서 책이나 읽고 싶은데 결국 내가 만들어서 한 일들이니, 주부의 생활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