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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주말

thezine 2008. 4. 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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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에는 합창단 연습이 있었다. 장소 때문에 고생을 좀 했는데 학생회관 4층의 학생회의실, 3층의 푸른샘, 루스채플... 등을 왔다갔다 했지. 학생회의실 양쪽에서 사물놀이 연습하는 소리, 밴드 연습하는 소리 때문에 엄청 시끄러웠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고요하기만 했다.


 풍경 1. 광혜원
 연세대학교가 1885년에 설립되었다고 하는 나름의 근거가 광혜원인데 연대에 적을 두고 있었던 10여년 동안 저 안에는 들어가본 적이 없다. 지금은 '기록보관소'라던가.. 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하고 아담한 한옥 건물 안은 평범한 사무실처럼 꾸며져있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의 회색 돌바닥이 맘에 든다. 경복궁에 갔을 때도, 자금성을 구경할 때도 나는 건물보다 바닥돌에 눈이 갔었다. 불이 나거나 난리를 겪으면 건물은 망가지거나 불에 탈 수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바닥돌만큼은 자리를 지키고 있기 마련이다. 세월이 스며있고 긴 시간을 견뎌냈고 여러 사람의 발길이 스쳐지나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개인 사무실이 있는 일을 할 생각인데, 그때는 저런 한옥건물이면 더 좋을 것 같다.


 풍경 2. 백주년기념관
 옛날부터 백주년기념관 앞은 여름밤 술자리로 최고의 명당. 맥주와 과자를 사들고 백관 앞 바닥에서, 혹은 잔디밭에서 놀던 생각이 난다. 참 재밌었던 것 같은데,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다시 그런 자리는 영 생기질 않는다. 친구들을 불러모아 고집을 피워야 그런 날도 또 한 번 오겠지.

 오래전에 춤동아리 하리가 처음 생겼을 때도 그 동아리는 저 앞에서 춤 연습을 했었고 나도 비오는 날 그 앞에서 친구들과 춤연습을 했던 적이 있다. 밤에 신문지 깔고 놀 때는 노래도 많이 불렀고. 갈 때 잘 치우기만 하라는 경비아저씨, 학교 안의 다른 경비아저씨들보다 백관 경비아저씨가 더 좋았던 것도 같다.


 풍경 3. 이한열 동산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사진으로, 이야기로 유명한 이한열 선배. 그 사람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붙은 동산이다. 그리 넓지도 않고 옆으로는 차가 지나다니고 옆에는 시끄러운 식당 환풍기가 멀지 않은 곳에서 돌고 있다. 하지만 저 삼각형의 동산에 가면 왠지 조용한 느낌이 든다.

 흙을 밟고 나무 그늘 아래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휴식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 집과 사무실을 오가는 생활을 의식적으로라도 벗어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한달에 두어번 합창연습을 하러 학교에 가는 것이 그나마 산책이라면 산책. 그러고보면 교수란 직업은 참 좋다. 널널한 것도 그렇지만 번잡한 도심이 아닌 공원 같은 캠퍼스를 다니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 물론... 그나마 있는 녹지들도 건물 짓느라 갈수록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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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을 땐 소리는 찍히지 않는다. 그게 아쉬운 상황도 있지만 적어도 이날은 그래서 다행. 사물놀이 연습하는 소리가 얼마나 시끄럽던지. >.<

 비오던 주말, 차가 있으면 조용한 자연이 있는 곳에서 히터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며 도시락 까먹는 외출을 하면 딱 좋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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