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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결혼해서 아들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

thezine 2008. 4. 21. 11:06
 언젠가 결혼해서 아들이 생기고 그 아들이 어느 정도 크면 그땐 아들 손을 잡고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남아시아의 허름하지만 번화한 야시장이나 일본의 아기자기한 길거리들, 혹은 중국 특유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곳들을 말이다.

 지도를 펼쳐서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고르고 외국어 몇 마디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때론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직접 찾아보도록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도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마스터카드 광고에 아버지와 아들이 낚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나온 적이 있는데 그 광고의 한 장면이 떠올려지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상상을 하며 재밌겠단 생각을 하던 찰나, 문득 드는 생각.

 베트남의 소도시에 가서 땀을 닦으며 거리를 걷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며 쉰다거나, 상가에는 나이키나 페이스샵이 입점해있고, 광고판에는 전지현 사진이 붙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타벅스, 맥도널드가 많은 곳을 표시한 그림(2003년 기준)


 물론 지금도 이미 중국에 가면 어디에나 맥도널드와 KFC가 자리를 잡고 있긴 하다. 그리고 베트남에 갔을 때는 맛있는 음식이 눈에 띄지 않아서 맥도널드를 찾아 한동안 두리번 거린 적도 있다. 하지만 어딜 가도 익숙한 체인점이 눈에 띈다면 여행이 여행같지 않겠다는 위기감도 든다.

 이미 많은 탐험가들이 지구 구석구석을 다 헤집어놓았다. 사람들이 멀쩡히 잘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해서는 '내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자기 이름을 붙여놓는 짓을 할 곳도 남아있지 않다. 이제 지구의 구석구석이 '문명'의 우산 아래 놓여버렸고 그 다음 단계가 다국적 기업의 체인점들이 번화가에 자리를 잡는 거다.

 태국 배낭 여행객들이 찾는다는 카오산 로드에는 어쩌면 이미 스타벅스와 맥도널드가 중심가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이미 그런 시대가 되버렸다. 동남아 어디를 가도 그럴 것이다. 여행이란 것도 결국은 론리 플래닛을 들고 iPOD를 귀에 꽂은 노란 머리 뚱뚱한 외국인들 틈에 섞여서 현지 브랜드의 맥주를 마시는 것 정도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정도가 되버린 듯.

 그래도 그나마 세계화가 조금이라도 덜 되었을 때 가보는 것 정도로 목표를 삼아야 할까. 그래도 아직은 가볼 만한 곳은 많이 있는 것 같다. 이미 편한 것들에 길들여져서인지, 맥도널드나 스타벅스로 상징되는 다국적 체인점이 막상 없으면 불편하다. 탐험할 곳이 남지 않았다는 투정을 부리고 싶을 때면 늘 그런 아이러니에 빠지곤 한다. 하노이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맥도널드를 찾아다니던 생각이 나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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