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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술에 대한 잡설

thezine 2009. 11. 30. 13:11
 요즘 들어 중국술, 그중에서도 특히 '수정방'같은 술이 널리 지명도를 높이고 인기를 얻는 것을 보고 중국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걸 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험적으로 아는 지식들이 대부분이라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내용적인 태클은 환영...^^;



  내 생각엔 중국술의 넘버원은 '우량예'이다. 다 같은 술처럼 보이지만 좋은 술끼리 놓고 마실 땐 우량예가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맑고 향도 좋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격은 물론 비싸다. 용량과 도수, 종류에 따라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했는데, 전문판매점 가격으로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다.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주문하면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비싸다. 알아본 바로는 한정판이나 오래된 술도 있는데, 특별히 알아둘 만한 정도는 아닌 듯 하다.

 중국 사천성(유명한 술은 사천성에서 유래한 게 많은 것 같다. 자연환경 때문일 수도 있지만 추측컨데 역사적 배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의 '이빈'이라는 곳에서 시작된 술이라고 한다. '우량예'의 '우량'은 5가지 곡물을 말한다. 즉 오량五糧의 중국어 발음이다. 1928년 등자균이라는 사람이 옥수수, 보리, 찹쌀, 쌀, 붉은수수 등을 주원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수정방은 나름 좋은 술이긴 하나 사람들이 잘 몰랐던 술이다. 그런데 왜 그런지 요즘 들어 인기가 급부상하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작년 초에 이 술을 구할 때는 내가 부탁을 하기 전까지 중국 사람도 이 술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중국술에 대해서는 중국집에서 파는 초록색 술병 외에는 잘 모르던 사람들도 알 만큼 유명해졌다. 올해 초에는 상해 푸동 공항을 나오면서 보니 면세점에 수정방이 쌓여있는 걸 봤다.

 수정방은 한자로는 水井坊이다. 중국 사천성의 수도인 성도(成都)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의 양조 시설의 유적의 이름인 듯 하다. 현재 판매되는 술 수정방은 '수정방' 유적에서 발견된 중국 고대의 양조 기술을 고고학적 연구를 통해, 현대의 기술로 재현했다고 한다.

 유적이 발견되고 중국 국무원에 의해 중요한 유적으로 지정된 거야 물론 사실이겠지만 고대의 역사와 현대의 기술이 만났다는 말은 그냥 광고 문구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술 자체도 유명하지만, 수정방이라는 유적이 아주 중요한 역사유적이라는 점도 알아둘 만 하다.




  중국 백주를 널리 알린 술, 가장 유명한 술인 것 같다. 하지만 가짜 천지라 돈 주고는 마시긴 좀 찝찝할 듯. 가짜는 아니어도 모양만 비슷한 술이 너무 많다. 이건 유명한 칭다오 맥주도 마찬가지.


  중국의 마트에서 파는 동일계열 '백주'들은 몇 천원 이하로 아주 저렴한데 화학적인 향취가 너무 강하다. 이게 자연적인 향인지 아니면 인공 향미료 때문인지는 모르겠음. 별로 손이 가진 않지만, 마트에서 파는 술이니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너무 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중국 마트에서 대개 우리돈 5천원 이내로 판매한다.

 위와 같이 중국 술이 종류가 다양한데,선물용으론 가격대으로 보나 브랜드로나, 수정방이 깔끔하고 좋은 선택인 듯 하다. 요즘 한국에서 인기를 끌어서인지 한중노선 항공기 안에서 기내면세로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기내면세가 공항면세점보다 저렴하니 귀국길에 한 병 사오는 것도 좋다. (기내면세로는 6~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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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중국술'이라고 하면 위에 소개한 '백주(白酒; 맑고 투명한 술)를 떠올리긴 하지만 대체로 도수가 높아(보통 알콜도수가 38~52Vol%임) 식당에서 중국 요리를 먹을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 마시긴 적당하지 않다.

 출장이나 여행으로 중국을 직접 방문할 경우엔 백주보다는 다양한 현지 맥주를 골고루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중국에는 유명한 중국 맥주인 칭다오 맥주 외에 각 지역의 지역 브랜드 맥주, 아사히&기린처럼 유명한 일본 브랜드가 중국 현지 생산한 맥주, 그리고 일부 수입 맥주도 한국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기린 맥주



중국에서 판매되는 아사히 맥주



중국 대표 맥주 '칭다오'


  일본 아사히나 기린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맥주를 대부분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명한 칭다오 맥주도 물론 마트에 가면 있고, 수입 맥주도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다. 듣기론 한국에서 파는 아사히 맥주 중에 캔인가 병제품인가 둘 중에 하난 중국산이라고도 한다. (불확실함)

 마트, 슈퍼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맥주를 팔지만 식당에서는 맥주 종류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개 지역 맥주를 위주로 판매하는 듯 하니 식당에선 맥주를 못 고를 수도 있다는 점 알아두시라.


공부가주 - 병마다 한 글자씩 써있으니 보기도 좋고 좀 있어 보인다.



죽엽청주



 그 외에도 한국에 잘 알려진 '죽엽청주', '공부가주', '연태고량주', '천진고량주' 등이 있다. 화교가 운영하거나 비교적 고급스러운 중국음식점에는 주류가 다양한 듯 하다.

 죽엽청주의 경우 아주 역사가 오래되어 남북조 시대에 이미 생겨난 술이라고 한다. 공부가주의 경우, '공부가', 즉 공자의 고향에서 만들어 마시는 술이라고 하는데, 명나라 시절, 공자의 제사를 지낼 때 쓰기 위해 만들게 된 술이라는 의미가 덧붙여져서 '공자'가 남의 나라 사람 같지만은 않은 한국 사람들에겐 더 유명한 듯 하다.

 중국어로 검색해본 결과로는 모두 역사가 깊다고 하지만 그러한 술종류가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뜻이기도 하고(마치 '막걸리는 아주 역사가 깊은 술'이라고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는 과장도 포함되어있을 수는 있다. 그리고 중국이 워낙 넓은 나라이다보니 해당 지역 사람들 외에는 위에 말한 술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술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중국술이란 게 한국에서 유명하다고 해서 꼭 고급스럽거나 좋은 술은 아니고, 반대로 역사가 깊은 술이라고 해서 중국 사람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한산소곡주 같은 한국 술이 외국에서 인기를 끄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전통 주류의 하나로 보이는 분주(汾酒)


좋은 술이라고 해서 멋모르고 맛본 적이 있다. 나름 유명한 술이다. 이름은 '루저우따취'



 중국에는 지역 별로 다양한 브랜드의 백주와 맥주가 있다. 그 중에는 '우량예'나 '마오타이'의 반열에 오르기를 열망하여 품질과 디자인에도 신경쓰며 열심히 마케팅 펼치는 신규 브랜드들도 많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중급 가격대 백주들은 대체로 어느 정도 품질이 괜찮은 것 같고, 개중에는 꽤 훌륭한 것들도 많은 듯 하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술을 빚는 데 중요한 것은 '물'이라고 하는데, 마오타이의 생산지 '귀주 貴州'는 산이 많고 물 좋다는 곳이고 칭다오 맥주 생산지 '칭다오' 역시 물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칭다오의 경우 그곳에 터를 잡은 독일 수도사들이 맥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중국이 열강에 유린되던 시절 그 지역이 다른 술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그 외에도 절강성의 물 좋고 술 좋다는 '소흥(샤오싱)' 역시 '소흥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맛본 적은 없고 이름만 들어보았다.


 다만 참고로 알아둘 게 있다.워낙 이 나라 사람들은 '5대 명산'이나 '4대 명주', '장강13경' 같은 랭킹 마케팅을 좋아하고 언어의 특성 자체가 과장된 표현을 즐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호도협'이라는 협곡은 '협곡의 폭이 좁아서 호랑이가 뛰어서 건널 정도'라는 뜻이다.

 이처럼 '거짓된 과장'은 아니고, 다만 '문학적 수사로서 과장'된 표현이 원래 많은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두면 좋다. 술이나 음식, 경치 등을 표현하는 데 들어간 수식어도 절대적인 의미로 곧이 곧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 정도로, 위트 있는 표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은 이해인 듯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