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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사진집 서평 - 대만 사진 작가 '장차이'

thezine 2009. 12. 30. 17:16
  어찌 어찌 대만 관련 도서에 필이 꽂혀서 책을 고르다 우연히 사게 된 책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글(혹은 짧은 '전기문')이 서문으로 실려있고, 작가의 작품들과 그 설명들이 실려있다. 책 안에 들어있는 시리즈물을 보니 같은 크기와 형식으로 출간된 사진문고가 여러 가지 있는 듯 하다.



  장차이는 대만 출생의 사진 작가인데, 한 때 일본군에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중국 상해에 살았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도 식민국가의 국민 신분으로 강제 징집되어 일본의 전쟁에 동원된 상처가 있다는 점은, 대만과 한국이 가진 여러 공통점 중에 하나다.

 위 사진은 1942년 무렵의 상해 와이탄 풍경이다. 와이탄 북쪽에 있는 건물에서 '바이두' 다리와 와이탄 도로, 도로변의 은행 건물들(지금은 조명이 설치되어 관광객들을 향해 빛을 뿜고 있는 건물들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도로보다 높게 공원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나루터 비슷한 모습이었던 와이탄 강변의 모습이 보인다. '색계' 같이 상해 조계를 다룬 영화에선 위 사진에 나온 '바이두'다리와 비슷한 다리가 종종 등장한다. 위치상으로 봐도, 실제 '바이두' 다리를 배경으로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 사진은 대만의 Danshui 지역 부근의 성당(혹은 교회)이 폭격으로 파괴된 모습이다. 석조와 벽돌로 견고하게 지은 서양식 건축물의 구조적 특징이, 파괴된 모양에 남아있는 듯 하다.



  위 사진은 대만의 '핑동'이라는 지역의 어민들이 바닷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모습이라고 한다. 대만 여행을 하며 느낀 대만은 고온다습하고 나무와 풀이 잘 자라며, 어딜 가나 바다가 가깝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북회귀선이 지나는 저위도지방이기도 하다. 이미 경치가 좋은 지역은 관광지로 개발이 되었다고 하는데,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을 잃는 만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19세기의 모험가들 때문에 이제는 전인미답의 오지가 남지 않았다고 억울해하는 모험심 많은 여행애호가가 많긴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미 편의시설에 중독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나의 고향도 아닌 상해와 대만의 옛 사진을 보면서도 뭔가 모를 향수 비슷한 감정이 드는 건 왜일까. 흑백이 아닌 칼라 사진이었으면 그런 느낌이 덜 했을까? '지금은 없다는 사실'과 '기록된 과거의 순간'에서 느끼는 아련한 느낌이란.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무책임할 만큼 좋은 기억만 남겨놓는, 사람이란 동물의 어쩔 수 없는 습성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