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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성장의 징후

thezine 2013. 7. 1. 01:22

육아일기이긴 한데 워낙 오랜만에 쓰니, 사실 제대로 쓰려면 쓸 게 너무 많거나, 아니면 큼직한 것들만 적어야 할텐데. 너무 어지럽혀진 집을 치우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지기보단 첫 손질을 시작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잠시 망설여진다.

 

더군다나 성장이라는 카테고리를 지난 번에 만들어놓고 이번에 그 카테고리를 고르면서 growth가 아닌, 盛裝(훌륭하게 잘 차려입는 것)이란 단어가 생각나네? 하는 딴 생각만.

 

 

 

어제 18개월 영유아 검진을 데려 갔다. 아침부터 같이 놀고 밥도 해먹이고 청소도 하고, 나도 피곤해질 무렵이니 아기도 약간은 나른했을 타이밍. 주사를 맞고 울기까지 했으니 잠들기 좋은 컨디션이긴 했지만 돌아올 때 버스를 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상쾌했는지,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겨우 한 정거장 오는데 잠이 들어서 집에 와서 누일 때까지 깨지 않고, 그대로 두어시간 낮잠을 자더군.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서 모자를 씌우고 갔는데 마침 그걸로 얼굴을 가린 덕에 안아서 집에 올 때까지 깨지 않은 것도 같다.

 

오늘 낮에는 낮잠 잘 시간에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아서 배에 올려놓고 같이 유튜브에서 자장가를 보고 듣고 있었는데, 그러다 잠이 들어서 그대로 눕혀서 재우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lullaby를 검색하면 2시간짜리 자장가가 수두룩하다. 파도, 모빌, 아기 모습 같은 평화롭고 나른한 영상이 나오는 것도 있다.)

 

품에서 아기가 잠드는 것을 보는 것은 부모에겐 커다란 격려이자 당근이 된다. '앞으로도 이렇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물론 아기가 커갈수록, 품에 안을 수도 없을 정도로 몸집도 커지고 부모와의 스킨십을 쑥스러워하는 나이가 되면 정신적인 휴식처로 만족해야할지도 모르겠지.

 

아무튼 지금 이 어린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고 가장 소중하고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다 깨면 엄마 아빠를 찾는 것이고, 낯선 환경에선 부모의 다리와 손을 꽉 붙잡고 숨듯이 빼꼼이 낯선 것을 바라본다.

 

어른에게도 휴식이란 언제 어디서 뿐 아니라 '누구와 함께'가 중요하지만, 아기에겐 '누구와 함께'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버스에서, 거실에서, 택시 뒷좌석에서 자리에 앉은지 1분도 안되어 잠이 들 수 있는 건, 그곳이 어디인지 상관없이 엄마 아빠의 품안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중하고 절실한 존재가 되어보는 경험이다.

 

아기가 울어서 달려갔을 때 내가 달래주면 금새 울음이 잦아들고 잠이 드는 모습을 보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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