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비주류 계절 본문

잡담끄적끄적

비주류 계절

thezine 2018. 4. 10. 23:36

겨울과 여름은 1년 중 몇 달씩 충분히 존재감을 뽐내지만 봄과 가을은 그렇지가 않다. 매년 직딩 라이프와 육아로 바쁜 와중에 의식적으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제대로 봄 바람 가을 바람 마셔볼 틈도 없이 계절이 지나버린다. 겨울도 여름도 나름의 매력은 있지만 봄과 가을이 워낙 짧은 탓에 더 귀중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봄과 가을은 24절기와는 별개로 감성적으로는 짧은 계절일 수밖에 없겠다. 입춘에서 입하까지, 입추에서 입동까지, 명목상으로는 3개월이라는 시간을 배분해놓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음력 1월 엄동설한을 봄이라 여기지 않을 것이고, 따가운 음력 7월의 햇볕을 가을이라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남들보다 좀(?) 길었던 대학시절에 내가 생각하는 봄과 가을은 중간고사의 계절이었다. 왜 하필 날씨가 제일 좋을 때가 시험기간인가 하는 생각을 매 학기마다 했던 것 같다. 딱 4월과 10월 중순이다. 그보다 이르거나 늦으면 어제 날씨 같은 추위, 9월의 더위, 10월 말의 추위가 엄습했다. 입춘은 달력의 작은 글씨일 뿐 감성의 영역에서는 겨울이었다. 후덥지근한 더위도 가시고 단풍이 예쁜 '진짜 가을'은, 길어야 한 달, 그리곤 이내 으슬으슬해진다.

길이만 갖고 따졌을 때 그래서 봄과 가을은 억울하고 아쉬운 계절이다. 달력의 1/4씩 배분은 받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봄과 가을은 3개월의 절반 정도는 여름과 겨울에 빼앗기고 후딱 지나가는 짧은 계절일 따름...


기어이 벚꽃을 보겠다고 지난 일요일 그 추운 날씨에 여의도를 갔다가 결국 황사비를 뒤집어 쓰고 오들오들 떨었다. 오늘 분 비바람 돌풍을 보니 내일 아침 길바닥에는 빗물 젖은 벚꽃 이파리가 수도 없이 달라붙어서 환경미화원의 빗자루질에도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도 예쁘지만 진정한 벚꽃의 하이라이트는 눈이 내리듯,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이파리가 쏟아져내리는 풍경이다. 나무에 꽃잎이 아무리 무성하다 한들 그렇게 쏟아져 내리는 날은 1년 중 하루 이틀 뿐일 텐데 올해 벚꽃은 황사비 돌풍으로 간밤에 모두 떨어졌을까 싶어... 아쉽네.

봄에는 항상 벚꽃이 짱을 먹긴 하지만,  우연찮게 눈에도 많이 띄고 요즘 들어 예뻐보이는 산수유 꽃 사진도 곁들였다.

'잡담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연굴  (0) 2018.06.11
spotlight  (3) 2018.04.23
Attitude problem  (0) 2018.01.08
쓸데있는 일만 하기  (0) 2017.12.12
5일장과 접대골프 후기  (0) 2017.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