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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인디아나 존스

thezine 2023. 12. 18. 00:35



아이들에 좋겠다 싶으면서도 인디아나존스의 올드한 화면을 아이들이 집중해서 볼지 확신이 없었다.  아이들 보여주기 전에 슬쩍 미리 둘러봤는데, 초반 기차씬에서 뱀으로 가득한 상자들 위를 기어가는 장면이 나오길래 '아 반응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다. 가족 액션 탐험 코믹 활극 그리고 수식어 몇 개는 더 갖다 붙일 수 있을 것 같은, 그 시절엔 꼭 봐야했던 블록버스터.

어지간한 장면은 전부 CG로 만드는 요즘에는 가끔은 실제로 실외에서 촬영한 장면은 없는 것 같은 영화도 많다. 터미네이터2 시절에는 CG가 신기하고 화려한 비현실적인 장면에 쓰는 기술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현실적인 길거리 풍경을 실내에서 편하게 찍는 기술로 의미가 바뀐 것 같다.

배우가 먼 현장을 오갈 일도 없고, 변수가 많은 야외에서 카메라나 조명을 세팅할 필요도 없고, 스튜디오 한 곳에서 다양한 장면을 모두 찍을 수 있으니 사전작업, 후작업은 늘어나는 대신 배우가 행차해야 하는 촬영기간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을 것 같다.

그런 영화만 보다가 오랜만에 80년대 영화를 보자니 바위산 풍경에도 감개가 무량하다. 영화 초반에 저 사진 속의 멋진 바위 산을 기어오르는 장면에서, '와, 진짜 산 풍경이야!' (물론 이런 거에 감탄하는 건 이상하다.)

영화에서 진짜 풍경에서 진짜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을 오랜만에 본 것 같다. 디지털 디톡스가 된 기분. 어디 놀거리가 풍부한 펜션에 놀러가서 핸드폰은 쳐다보지 않고 놀거리에 열중하는 상상을 해본다. 가족이 그렇게 다 같이 디지털기기는 잊어버리고 여행을 즐기는 상상을 해봤는데, 막상 그 상황에서도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어야겠으니 참 별 수 없구나.



인디아나존스 시리즈는 '최후의성전' 외에도 '레이더스'의 멋진 부제가 어릴 때 인상깊었다. 그 시절 종종 찾아갔던 비디오가게는 보물들이 캐도 캐도 계속 나오는 금광 같았다. 비디오가게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고 영화라면 끝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젠 OTT로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에 어째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 시절 비디오 한 편 고르려면 주머니 사정도 봐야했고 선택권 지분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동생들 눈치도 봐야했다.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된 리버 피닉스가 출연한 줄도 몰랐던 중에, 그 배우가 진짜 산을 기어오르던 장면 하나에 많은 생각이 든 영화 인디아나 존스.

근데 영화 보는 중간중간에 미드 프렌즈에서 로스가 운동을 하러 간다고 하니 한 미녀가 "운동하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하는 말에 로스가 맹하게 뿅 가던 장면이 자꾸 생각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