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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thezine 2024. 1. 28. 01:51

이 책을 (블로그에 서평을 쓰는 이유인) 다시 기억하려면 알아둘 것은, 이 책의 저자는 재일 한국인2세이자,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동경대학의 교수가 되었으며, 이 책은 2016-2017년에 일본의 여러 곳들을(표지에 표시된 곳들)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다. 주제는 대체로 국가와 사회의 피해자라던가, 소외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방문했던 곳들이 '이따이이따이 병(수은중독)'이 발생했던 곳, 후쿠시마, 군함도, 오키나와, 한센병 환자 요양원, 재일 한국인의 코리아타운 같은 곳들이다. 일본 엘리트들이 소수자들을 죄악시하고 탄압(?)했던 역사가 남은 곳들을 주로 방문했다. 일본 사회의 가장 약한 집단들이 겪은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그 시절과 현재의 일본 사회를 잘 비춰준다고 했다. 책에도 간략히 언급되지만 강상중 교수는 일본에서는 아베, 한국에서는 박근혜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2세 정치가로 '귀태'라는 표현을 만든(?) 사람이라고도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 표현을 쓴 정치인이 주목을 받고 포화를 맞았지만 원조가 따로 있었을 줄이야. (당시 뉴스를 잘 안봐서 그렇지 귀태 표현의 원조로 이미 국내 기사에도 많이 등장하긴 한 것 같다.)
 

꽉찬 편집. 가벼운 종이. 큰 주머니엔 들어가는 사이즈.



250페이지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지만 모서리의 공간을 아끼고 표지도 두껍지 않아 효율적으로 아담한 사이즈가 맘에 든다. 일본어로 쓰고 한국어로 번역한 책인데도 일본스러운 문체는 느껴지지만 부자연스러운 번역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책. 예전에 시작만 하고 독후감을 아직 쓰지 못한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이 있는데 책 내용은 다르지만 이 책과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스타일이다. 에세이 내용 중간중간에 저자가 평소 염두에 두고 있는, 저자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사상이 담긴 책, 문구를 종종 인용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 모르는 작품이 많아 관심이 가는 것들은 다시 찾아보는 수고로움이 들지만 읽다 보면 저자가 좋아하는 예술가, 사상가가 수십 수백명은 아니고 책이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 인물은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 내용에 종종 공감의 감정이 일어나고, 중간 중간 언급된 내용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게 되고 지식이나 정서가 한 마디라도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다. 나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는데, 내 취향을 더 잘 알게 해준다.여러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이 책에 소개되는 minority들은 고통을 위로받기는 커녕 국가, 사회, 재벌, 엘리트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이다. 저자가 동경대의 교수이긴 하지만, 이런 곳들을 돌아보는 이런 주제의 재일 한국인의 에세이가 일본 여러 매체에 동시 연재되었다는 점은 (그 매체들의 영향력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는 일본 사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뜻인 듯 하다. 옛날 일본 축구 응원단의 이름이 (한국은 붉은 악마였다면 일본은) 울트라 닛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본 사회는 연달아 극우 정권이 들어서서 그런가, 울트라 극우 정서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덧붙이면, 책에 등장한 다양한 장소들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역시 문화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다. 관광지로 전혀 유명하지 않을 듯한 곳들에 대해 관심이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