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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마우스 (MAUS)

thezine 2024. 2. 4. 15:25

 

이 책의 작가는 2차대전 유태인 학살 생존자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만화 형식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의 그림체는 이러하다.

 

 작가는 아버지를 가끔 만나러 가서 이야기를 청해 듣는다. 책 후기에 나오는 설명에 따르면, 만화로 그림을 그려야 하기 때문에 건물의 창문 모양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물어봐가면서 듣고, 그렸다고 한다.

 

 이 책의 중요한 화법이라면, 제목과 같이 유태인들을 약자인 '쥐'로 그리고, 독일군은 고양이로 그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제목이 MAUS('쥐'의 독일어)가 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작가의 아버지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인데, 실제 성년기는 폴란드에서 보내게 된다. 그리고 폴란드에서 결혼도 하게 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지고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한다. 독일군이 처음부터 유태인들을 잡고 죽인 것은 아니었고, 처음에는 생활이 심하게 제약을 받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유태인들이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가고, 다수의 유태인이 학살 당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그 잔인한 시절에도 수완이 좋았던 덕에 나름 건강도 유지해가며 수용소에서 연명을 해가고, 결국 수세에 몰린 독일군과 함께 수용소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수용소를 나왔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유의 몸이 되었나 싶었지만, 그 와중에도 퇴각하는 독일군이 임의로 눈에 띄는 유태인을 잡아 가두고 죽이기도 했고, 그렇게 마지막 고비를 겪은 끝에 미군을 만나서 독일군의 손아귀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동안 수 많은 홀로코스트 영화, 소설에서 수 많은 다양한 상황들을 보아온 것과 같다. 세상 사람들의 숫자만큼, 홀로코스트와 2차대전과 아우슈비츠의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고, 이 책은 작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렇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좇아간다.

 

 나치가 등장하는 많은 영화에서 독일군, 게슈타포, SS는 쥬라기 공원의 공룡 못지 않은 무서운 존재다. 눈을 희번덕거리며 유태인을 잡고, 학대하고, 죽이는 독일군의 모습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시 접하는 그들의 경험과 독일군의 만행은 지금 나와 같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외모도 비슷하고 문화도 비슷한 이웃과 같았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을까. 멀리서 미사일의 버튼을 누르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멀리서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까지는 '살인'이 아닌,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고 치더라도, 어린 아이를 벽에 내리쳐서 죽이는 행동은 평범한 사람이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한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잔인함 속에서 이렇게 수 만흔 죽음에 둘러싸여서 살아간다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전쟁이라는 자기 파괴적인 집단 행동에 대해 미스테리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광적인 거대한 살인행위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같은 일들로 마음에 상처를 입는데, 홀로코스트라는 극단적인 경험은 간신히 살아남는다 해도 영구적으로 낫지 않는 마음의 장애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갑자기 날아온 총알이나 폭탄이 아니라, 죽음이 예견된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감당할 수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 

 

 책 초반에 작가의 아버지는 어찌어찌 마을에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노인들은 감시의 눈을 피해 도망칠 수가 없었고, 주인공의 장인, 장모는 결국 죽게 될 곳으로 끌려가는 괴로움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마찬가지로, 작가의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알게 된 한 남자는 '결국 죽게되는 그룹'으로 분류가 되고, 그날부터 내내 고통 속에 울부짖다가 결국 어딘가로 끌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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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 자체가 흑백에 어딘가 암울한 느낌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이고 비교적 쉽게 읽히는 만화라서 아이들도 읽으라고 골랐는데, 책을 읽다 보니 아이들이 아직은 읽을 때가 아닌 듯 하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어둡고 충격적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인류가 어떤 교훈을 얻는다는 것도, 뒤돌아보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그림으로 되어있어서, 비유하자면 10,000짜리의 고통이 100도 안되는 크기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포장 속에 감당하기 어려운 심연이 도사리고 있는 느낌이다. 조금만 깊게 생각해도 그 고통의 크기가 책에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 짐작이 가는 어두운 이야기. 다행히(?) 독자에게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고통이 모두 전달되진 않지만, 여기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지는 않는 것이 좋겠구나... MAUS는 그런 책이다.